[인천=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전례가 없는 규칙 위반에 경기위원도 규정 적용을 잘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필 미켈슨(45·미국)은 결국 자신의 규정 위반보다 과한 제재를 받은 셈이 됐다.
미켈슨은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 2라운드 포볼 매치 7번홀(파5) 경기 도중 다른 모델의 볼을 사용하려다가 실격처리됐다.
대회 규정상 출전 선수는 라운드의 시작부터 끝까지 같은 제품의 공을 써야만 한다. '원 볼 컨디션'(One-Ball Condition) 규정이다. 규정에 따르면 공은 제조사는 물론 모델도 라운드 내내 동일해야 한다. 만약 이 점을 위반하면 '비매너 플레이' 패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된다.
더불어 포볼은 2인1조 팀이 각자의 공으로 경기를 치르는 형태로, 더 빼어난 성적을 낸 선수의 성적을 적용해 승부를 가린다. 그렇기에 같은 조 선수라도 짝 선수 사용 공에 대해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장 심판 개리 온은 무전을 통해 경기위원회에 해당 반칙에 대한 컨설팅을 요청했다. 경기위원회는 곧 미켈슨의 홀 실격을 알렸다.
결국 미켈슨은 7번홀을 마치지 못하고 8번홀로 이동해야 했다. 미켈슨은 8번홀에서는 경기위원 승인을 받은 후 다시 티샷을 날렸다.
그런데 패널티 부과 과정에 오류가 발생했다. 규정상 '실격'이 아닌 '1홀패'였던 것이다. 경기는 그대로 하되 해당팀에 1홀 패널티를 주는 것이다. 미국팀은 졸지에 규정에 비해 과한 제재를 받은 셈이 됐다.
이에 마크 러셀 PGA 투어 경기위원회 담당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미켈슨은 7번홀에서 '원 볼 컨디션' 위반으로 실격 당했다. '원 볼 컨디션' 규칙은 포볼 매치 또는 싱글 매치에서 계속 같은 공을 치도록 명시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실수를 범한 미켈슨에 잘못된 패널티가 부과됐다. 미켈슨은 '1홀패'를 받았어야 하는데, 현장에 있던 스태프가 실격으로 판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위원회의 명백한 실수이자 착오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경기위원은 미켈슨에게 찾아가 상황을 말했지만 이미 공을 집어들고 다음 홀로 간 그의 플레이를 되돌릴 순 없었다"면서 "포볼 경기 자체가 적은 데다가 흔치 않은 상황이라 처음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날 포볼 매치 리더보드 내용도 조정됐다. 홀당 결과에는 필 미켈슨과 잭 존슨(39) 조가 리드를 잡는 '1UP'으로 나왔지만, 최종 결과에는 제이슨 데이(28)-아담 스콧(35·이상 호주) 조와 동점을 의미하는 'AS(All Square)'가 표기됐다.
한편 양 조는 이날 무승부로써 포볼 경기를 마치며 0.5점씩 챙겼다.
상대에 비해 1홀을 뒤진 상대로 경기를 하던 미켈슨-존슨 조의 미켈슨이 12번홀에서 그림같은 벙커샷 이글 시도를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춘 것이다.
이후 양 조는 18홀까지 동점을 이어갔고, 경기를 승패 없이 마쳤다.
인천=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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