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은행수수료)⑤수수료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전문가들 "새 시장 만들어줘야"
‘싼 수수료=도덕적 책무’ 인식…“민감도 덜한 상품 개발 필요”
2015-10-19 06:00:00 2015-10-19 06:00:00
금융권이 최근 수년간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수료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수수료 정상화, 즉 수수료 인상을 시행하는 은행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표면적으로는 은행의 자율적인 시행에 맞겨져 있지만 은행을 공공재로 인식하는 문화, 금융소비자 보호의 중요성 증대,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 등으로 은행들 운신의 폭이 좁다.
 
전상욱 우리금융경영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는 기본적으로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많이 받는 것에 대해 도덕적 책무를 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미국 은행에서 시행되고 있는 계좌유지 수수료 같은 것들을 시행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미국이나 호주에서는 은행이 개인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 주는 대가로 계좌 유지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 취급을 하다보면 '내 돈을 은행이 보관해준다'는 시각이 아니라 '내 돈을 해당 은행에 맡겨준다'는 시각이 강하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기존의 금리나 수수료, 배당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은행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국민 정서가 강하다보니 매를 맞기 두려운 은행들이 수수료 현실화에 자율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 수석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지원한다고 해도 다른 은행과 경쟁하는 측면이 있어서 현실적으로 수수료 인상이 쉽지 않은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은행은 커머셜한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서비스를 무료로 운영하다가 다시 돈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해외은행들도 계좌유지수수료와 같이 우리나라에 없는 수수료를 없애가는 추세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이처럼 대고객 수수료 현실화 혹은 수수료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자, 수수료를 벌어들일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넓혀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투자일임업이 은행에 허용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일임업은 고객의 자산을 금융회사가 모두 위탁 받아 투자하는 것으로 현재 증권업과 보험업에만 허용하고 있다. 현재 은행은 투자자문만 가능하다.
 
이병찬 은행연합회 수신제도부장은 "전국 곳곳에는 증권사나 투자은행(IB) 고객이 아닌 작은 기업들이 많이 있다"며 "투자일임업이 허용되면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송치훈 연구원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도입을 감안해 고객 자문 쪽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ATM이나 송금처럼 일상의 거래에서 수수료를 물게 아니라, 수수료 인상 민감도가 덜한 펀드나 방카 상품을 개발하는 쪽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수수료 항목과 수준에 일절 개입해서는 안된다"며 "그 산정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환경을 조성해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열린 '하나은행 베트남 호치민지점 개점식'에 참석한 김병호 하나은행장 및 내빈들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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