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둘러싼 정부의 도 넘은 여론몰이에 노동자들이 공분하고 있다. 부풀려진 자료를 근거로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압박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연구원은 지난 16일 상위 10% 임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면 2024억원의 인건비가 절감돼 월급여 225만원의 정규직 9만1545명을 신규 채용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노동시장정책과 내부 간담회에서 발표된 연세대 이지만 교수의 논문을 근거로 임금피크제를 통해 2016년부터 4년간 최소 8만7000명에서 최대 13만2000명의 청년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두 주장은 모두 정치권과 노동계로부터 ‘뻥튀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통적으로 업종에 관계없이 모든 사업장에서 임금동결 또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절감된 인건비가 전액 신규채용에 사용된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체 노동자 중 정년까지 근속하는 노동자의 비율, 신규채용 노동자들의 고용유지비용 등 정작 중요한 변수들은 고용 효과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자료의 정확성과 별개로 타협보다 여론전에 치중하는 정부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계에서는 끊임없이 ‘그런 식으로 하지 말자’, ‘충분한 협의를 거치자’고 요구해오고 있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효과가 과장되거나 사실이 왜곡된 자료로 언론플레이를 시도한다”며 “노동개혁은 가이드라인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이런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입법 등 후속논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여론전을 통한 정부의 국정과제 추진은 올해 초 공무원연금 개혁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정부가 집행한 광고는 ‘1995년 2000년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지 못 했습니다(실제 1995년부터 4차례 공무원연금법 개정)’, ‘지금 개혁 안 하면 내년이면 하루 100억, 막대한 세금이 들어갑니다(우리나라 GDP 대비 공무원연금 지출 비중은 0.7%로 OECD 평균의 절반 수준)’ 등 사실관계가 잘못됐거나 선정적인 문구들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의 정책 집행이 현 정부의 일반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처럼 굳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는 “노동개혁의 경우 근본적으로 문제를 풀려면 노사정 타협을 확실히 하거나 여야 합의에 맡겨야 한다. 그런데 여당은 청와대의 신뢰를 못 받고 있다. 노사정도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불안정한 합의기구가 돼버렸다”며 “이렇게 되니 정부가 임금피크제 등과 관련해 내용적 측면을 버리고 홍보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 교수는 이어 “박근혜정부는 홍보와 언론플레이, 이해관계자 압박을 통해서 국정과제 강행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국민이 전반적으로 현 정부의 계획을 지지한다는 판단이 깔린 듯하다”며 “하지만 역사교과서 문제도 그렇고, 진지한 내용적 검토 없이 문제를 풀어가려는 태도는 문제다. 실제 여론이 정부 쪽으로 쏠린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반작용으로 노동개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