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역사의 물결은 하늘의 뜻이다
2015-10-26 06:00:00 2015-10-26 06:00:00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이명박 정부는 강물의 흐름을 막았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의 흐름을 뒤로 돌리느라 열심이다. 불통의 리더십과 언론장악, 독불장군의 역주행은 가히 '이명박근혜'의 상징이 되었다. 강줄기가 막히니 괴상한 생물이 번져가듯, 역사의 물줄기가 막히니 해괴한 발언이 부끄럼 없이 터져 나온다. 공주, 십상시, 국정화, 변형된 공산주의자 등 뉴스에서 회자되는 단어는 정말 갈수록 태산이다. 설렁설렁 박자나 맞추다가는 하루아침에 목이 날아가는 일도 다반사니 '딸랑이'로 전락한 고관들이 앞장서 '이념전쟁'을 주도한다.
 
주무 장관은 "나도 별 생각 없는데, 권력을 가진 사람이 하겠다는 것을 어떡하느냐"며 국정교과서 강행을 외치고, 집권당은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며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다. 그러니 이명박 정부의 국사편찬위원장까지 나서 "가짜 우파에다가 못된 우파"라고 꾸짖는다. 결국 시대착오적인 권력자가 문제다. 해서는 안 될 일을 고집하니 몰려드는 건 간신배와 어용학자들뿐이다. 낭비와 부패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을 온갖 궤변을 동원하며 칭송하던 이들이 아직 건재하니 작금의 행태가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대체 왜 저럴까 답답해 '전여옥 어록'이란 게 유행한다. 친박 손범규 전 의원은 "박근혜 대표를 대할 때 '나는 머슴이다'라고 생각하면 가장 편하다"며, "김무성 의원이 박 대표와 안 된 것은 '아씨와 장수', '공주와 왕자'로 가려고 하니까 그런 거다"라고 말했다. 또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너거, 박근혜가 제일 잘 쓰는 말이 뭔지 아나?"고 물은 뒤, 답은 '하극상', '색출’, '근절'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서열에 대한 의식이 강하고, 영애(令愛) 의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렇듯 절대군주를 방불케 하는 ‘불감’의 리더십은 "대통령의 독선적 리더십에 기대 자신들의 이익과 이념을 투사하는 정권"이라는 평가로 이어진다. 대표적 징표인 인사참사를 되새겨 보자. 이동흡,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김병관, 김종훈, 황철주, 김학의, 한만수가 낙마하거나 사퇴했다. 윤창중과 이남기의 추행과 이전투구, 웃음을 흘리다 해임된 윤진숙, '별에서 온 그대' 김명수와 정성근의 어이없는 처신도 빠질 수 없다.
 
'최고 존엄'의 뜻을 거스르다 미스터리를 남긴 채 사퇴한 사람도 많다. 인수위원 최대석을 시작으로 보건복지부 진영, 해외에서 면직 통보를 받은 문화부 유진룡도 기가 막히고 첫 비서실장 허태열도 대통령의 첫 여름휴가 기간에 "짐을 싸라"는 통보를 받았다. 검찰총장 채동욱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솔직히 통일부 장관은 아무나 와도 되는 자리 같다"며 물러난 류길재에 이어 최근 곡학아세를 감행하는 충성심을 보이고도 경질된 교육부 차관은 장관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잘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니 "그가 용서하는 사람은 딱 한 명 자기 자신"이라고 짚어낸 전여옥의 혜안이 돋보인다. 그는 "박근혜에게 한국은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였다. 물론 청와대는 '나의 집'이었고 대통령은 바로 '가업'이었다"고 했다. "정치적 식견·인문학적 콘텐츠도 부족하고, 신문기사를 깊이 있게 이해 못한다. 그녀는 이제 말 배우는 어린 아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는 오늘의 국정교과서 사태에 힌트를 준다. 아는 게 없으니 무서울 게 없는 것일까.
 
이렇게 '국가독재'로 달려가는 박근혜 정부는 제2의 새마을운동과 더불어 노동기본권을 옥죄는 노동개혁도 추진하려 한다. 공약과는 정반대로 가며 '박정희 시대의 재현'만을 꿈꾸는 것이다. 그 와중에 "아버지를 향한 대통령의 사적인 욕망"을 파악한 관료들은 유신시절에서 출세의 방책을 찾는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시작을 1919년부터라 했으나, 저들은 1948년부터라 한다. 헌법은 공무원을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 했으나, 저들은 공주의 머슴이라 한다.
 
"역사교육은 국가의 부정을 목표로 하는 좌파들의 영향력을 일소해야 한다… 역사는 '올바르게 해석된' 공정성에 기초해야 한다"던 나치독일의 교육강령이 부활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 하더니 급기야 "북한은 교과서가 하나인데 왜 우린 여러 개여야 하는가"라는 주장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강물은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법. 역사의 물결은 오늘의 광기를 쓸어내고 말 것이다. 그것이 곧 하늘의 뜻이기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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