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독재' FIFA는 아무도 못 말려
회장 선거 다가와도 여전한 '블래터 세상'
2015-10-28 08:24:19 2015-10-28 08:24:19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년 2월26일 열리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일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FIFA 회장직 출마 선언 이후 현 회장인 제프 블래터의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최근 FIFA 윤리위원회 조사국은 정 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과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2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해 그를 꽁꽁 묶었다. FIFA 윤리위는 정 회장이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축구 기금 조성을 FIFA 관계자들에게 언급하고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이러한 징계를 내렸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26일을 넘기며 선거 출마 자체가 무산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프 블래터 회장. 사진/로이터통신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FIFA 차기 회장 선거 후보자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수장인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50·바레인), FIFA 부회장인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 프랑스 외교관 출신의 제롬 샹파뉴(57), 트리니다드 토바고 대표팀 전 주장인 데이비드 나키드(51),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인인 토쿄 세콸레(62), 라이베리아 축구협회장인 무사 빌리티(48),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인 지아니 인판티노(45·스위스), UEFA 회장인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등 8명이 등록했다.
 
현재로썬 유럽인인 인파티노와 플라티니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FIFA가 '블래터 왕국'이라 불렸던 만큼 그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개혁적인 분위기가 싹텄던 최근의 흐름도 정 회장을 비롯한 '반(反) 블래터' 세력이 동력을 잃으며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돌아보면 FIFA의 주도권은 유럽이 쥐고 있다. 역대 8명의 FIFA 회장 중 7명이 유럽 출신이었으며 1974년~1998년까지 제7대 회장을 역임한 주앙 아벨란제(브라질)가 유일한 비유럽권 수장이었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초기 FIFA의 정신과 어긋난다. 1904년 5월21일 프랑스에서 탄생한 FIFA는 넓은 의미의 세계화를 강조해왔다. 서유럽 일대의 초기 축구인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우편망과 철도를 보며 '국경 없는 축구'와 '탈정치적인 축구'에 전념했다. 정치적인 사안에 엄격한 FIFA의 기본정신은 이때 출발했으며 '축구의 고향' 영국의 가입 없이도 FIFA가 조직될 수 있었던 이유다. 국제연합(UN)보다 FIFA 가입국 수가 많은 것 또한 비주권 국가를 독립된 개체로 보는 FIFA의 이런 정신에서 나왔다.
 
하지만 FIFA의 신념은 그들의 주 수입원인 월드컵이 미디어의 상업주의와 맞물리면서 제대로 뻗어 나가지 못했다.
 
특히 1998년부터 장기 집권한 블래터 회장이 최근까지도 각종 추문과 비리에 끊임없이 연루되면서 VISA카드, 코카 콜라, 맥도날드 등의 거물급 FIFA 스폰서마저 일제히 그의 퇴진을 요구한 상태다.
 
그런데도 블래터를 비롯한 그의 세력들은 요지부동이다. FIFA의 주 수입원인 월드컵은 2018년에도 문제없이 열릴 것이며 월드컵 스폰서는 언제든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라는 세계적인 스포츠와 미디어의 도움으로 큰 FIFA가 이제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독재 집단으로 치닫고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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