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을 갖고 내년도 예산안의 내용과 국정운영 방침 등을 설명하면서 여야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했다.
최근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연설 말미 약 3분가량 언급됐다. 그러나 해당부분을 언급하는 박 대통령의 표정은 급격히 굳어졌고 말투도 확연히 격앙됐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이라며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두고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새누리당은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총 56차례 박수를 쳤고 이는 지난 두 차례의 시정연설에 비해 약 두 배 늘어난 것이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선 35회, 두 번째 연설에선 28회의 박수가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아주 내용도 좋고 모든 면에서 우리가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대통령의 말씀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당에서 적극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극찬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본회의에는 출석했지만 ‘민생 우선’, ‘국정교과서 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인쇄물을 의석 컴퓨터 겉면에 붙이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의원들은 미리 준비해온 역사교과서를 펼쳐 읽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문재인 대표는 “국정교과서 강행을 중단하고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전념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간절한 요구인데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경제정책의 실패와 무능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성찰도 없고 그저 상황탓, 남탓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본회의를 불참했다. 대신 소속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본청 입구에 도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민생우선’, ‘국정교과서 반대’ 문구가 적힌 인쇄물을 컴퓨터에 붙여 항의표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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