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신용·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최대 0.7%포인트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부담액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인하폭이 예상보다 크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카드업계는 울상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논리를 무시하고 내년 총선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선심성 정책)"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약 238만개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0.3~0.7%포인트 인하되고, 연간 6700억원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볼 것으로 보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영세·중소가맹점의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이 0.7%포인트 인하돼 연간 48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 조치에 카드 업계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할 때에도 최대 0.5%포인트 하락 정도로 예상하면서도 그마저도 현실성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가맹점들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뒤집어 말하면 카드업계 입장에서 6700억원의 수수료수입의 손실을 입는다는 말이다. 올해 전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원 규모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번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순익의 30% 가량이 없어지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원가를 토대로 수수료율을 산정한 것으로, 2012년 수수료 체제 개편 이후 3년간 카드사의 매출원가가 하락해 이번 인하폭 산정에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밴 수수료 인하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카드사의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번 결정이 정치권 눈치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만들어낸 포퓰리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 요인이 있다고 공언했지만 "원가 분석을 산출해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업계는 시장 논리에 따라 합리적인 선에서 수수료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수수료율 인하는 이 같은 예상을 뒤집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장논리로 따지면 통상적으로 결제규모가 큰 대형가맹점들이 영세가맹점보다 수수료를 더 적게 내야 한다"며 "앞으로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인하 요구가 나오게 되면 업계가 알아서 대응하라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수수료 인하로 카드 사용자의 부가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용을 감축하거나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2년 카드 수수료율 인하때 카드사들은 각종 부가혜택을 크게 줄인 전례가 있다. 금융당국도 카드사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현재 5년인 부가서비스 의무유지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당정협의가 열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각각 모두발언 하고 있다. 왼쪽 사진 왼쪽부터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김용태 정무정조위원장, 오른쪽 사진 오른쪽부터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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