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7월1일자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했다. 이때 시의 초대형 본부로 꼽히던 '문화관광체육본부'는 '문화본부'와 '관광체육국'으로 분리됐다. 문화·디자인·역사 부문과 관광·스포츠·여가 부문의 전문성을 꾀하기 위함이다. 서울시가 관광과 체육만 뭉쳐 한 국을 창설한 경우는 처음이다. 박원순 시장의 의지가 담겼다.
초대 관광체육국장은 그간 행정국장이었던 김의승 국장이 맡았다. 메르스 사태로 서울 관광이 위기를 맞고 시가 고척스카이돔 문제로 구설에 자주 오르던 시기에, '해결사'로서 김 국장이 부임했다.
김 국장 부임 후 거짓말처럼 급한 불이 꺼졌다. 메르스가 종식되기도 했지만 이후로 관광산업은 후유증 없이 제자리를 찾았고, 고척스카이돔 또한 히어로즈와의 계약을 마치고 4일 정식 개장했다.
하지만 김 국장은 아직도 해야할 일이 많다. 서울관광 2000만 시대, 스포츠로 활기찬 도시, '매력적인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김 국장을 만났다.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 사진/서울시
서울시의 신설 조직인 관광체육국을 이끌게 됐다. 지난 4달간 많은 현안이 발생했고 온갖 사건들이 있었다. 그간의 소회를 말해달라.
여러 일이 많아 시간이 그 정도밖에 안 됐나 싶다. 7월1일 출범했는데 메르스로 관광시장에 유커가 사라져 차분히 관광·체육 이슈와 업무를 파악할 시간 없이 현장에 달려갔다. 하지만 덕분에 생생한 상황을 접했다. 관광도 체육도 이슈가 많았다. 급한 불은 껐고 이제는 갈등을 어떻게 풀고 어떻게 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을 것인지가 숙제다.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박원순 시장이 관광대책본부장을 자임할 정도로 취임 때부터 신설 조직의 업무 영역이 이슈였다. 힘들었다. 훈련도 받지 않고 전장에 나갔지만 업계는 절실했다. 현장을 방문해 사람들을 함께 만나 대화하며 현안을 풀었다.
보람을 느꼈던 상황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점은.
부임 때와 비교하면 관광 시장이 정상화 단계에 이른 점이 보람이다. 관광업계가 웃게 된 것에 비할 보람도 없다. 기억에 특히 남는 점은 8월초 중국 현지 가서 광저우·상하이·베이징 등지를 돌며 서울관광마케팅 거리 홍보에 나섰던 점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간다면 북경 사람들이 과연 관심을 가질까'란 불투명한 상태에서 떠났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9월 전승기념일 전후로 북경 주요 거리에서 야외 공연·집회를 일체 못 한다. 그런데 간다고 하니 북경시가 먼저 홍보를 하도록 협조해줬다. 왕안순 북경시장이 북경시 대표단을 보내 서울시 대표단이 오기 전에 어떤 점을 도와줘야 할지를 물을 정도였다. 자매도시 결연 이후 사절단이 자주 오갔고 사스 이후 서울이 단체 관광객을 가장 먼저 보내줬던 점이 도움이 됐다.
서울시에서 관광과 체육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이뤄낼 사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시에서 한 국으로 묶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나 관광과 체육은 시정에서 독립된 업무들은 아니다. 스포츠 이벤트는 도시 마케팅이 되고 그 좋은 기억으로 인해 관광이 이어진다. 그동안 같은 본부에 있어도, 본부가 문화·역사·디자인·체육·관광 등 워낙 큰 범위를 다루고 있어 시너지를 내기 쉽지 않았지만 이제 다르다. 둘만의 결합이 되니 구성원들도 어떻게 뭉칠까 하는 생각이 생겼다.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 사진/서울시
동남권 개발과 연계해 서울종합운동장에 시민의 관심이 뜨겁다. 현재 서울이랜드FC가 주경기장을 쓰는데 보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30년 넘은 시설이라 고칠 곳이 많다. 선수를 위한 잔디 관리와 클래식(1군) 승격시 TV중계를 대비할 조명 교체, 기타 팬을 위한 시설 정비 등이 필요하다. 이는 축구단의 클래식 승격 여부에 관계 없이 추진하려 한다. 조명등과 관련해서는 40억원의 예산을 이미 편성한 상태다.
선수들을 보호하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보수는 필요하나, 주경기장은 2019 전국체전의 메인 경기장이기도 하다. 그것을 계기로 연차 별로 시설을 개선할 예정이다. 축구단과도 협의가 계속 잘 되고 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더 보수 방안을 짜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고척스카이돔이 개장했다. 서울시설공단에 위탁했지만 시 소유의 재산이고, 공단도 시 출연법인이다. 시의 역할이 중요할텐데 앞으로 운영·관리·지원 방안은.
히어로즈 구단과 운영과 관련해 협의 단계다. 상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과도한 우려가 많긴 하지만 100% 완벽한 무결 시설은 아닌 만큼 겸허히 듣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단계적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 시민들과 야구·공연 관계자가 실망하지 않도록 개선에 힘쓰겠다. 체육·문화 팬 분들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간 우려감과 걱정을 씻는 최고의 방법이라 본다.
향후 고척스카이돔의 운영방안에 대해 알려달라.
히어로즈 구단과 운영에 대한 협의를 하는 단계다. 상세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프돔으로 시작해서 우여곡절 끝에 돔구장이 됐고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하기에도 손색 없이 만들었다. 우선 한국 프로야구 경기를 안정적으로 치르도록 최우선으로 지원을 해야한다. 야구 관련 국제 대회 유치도 고려 중이다. 야구 비시즌에는 여러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해 서남권의 체육·문화 중심지가 되도록 하겠다.
고척스카이돔이 무결점의 시설은 아니기 때문에 지적을 겸허히 듣고 있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개선안을 찾아나가려 한다. 야구계·공연계, 그리고 팬들까지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방문한 팬 분들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그간의 우려와 걱정을 기대로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 생각한다.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운영을 위탁하긴 했지만 시가 감당해야할 몫도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장충체육관과 관련된 관리·지원 방안이 있다면.
운영과 관리의 위탁을 줬고, 시설의 유지와 관리는 시 몫이다. 신경을 당연히 쓰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전국 월드컵경기장 중 유일한 흑자 시설이다. 향후 대규모 스포츠 시설 건립 시에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점이 고민되야 한다 생각한다. 이는 지을 때는 물론 준공 후에도 다르지 않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개장한지 14년이 흘렀다. 음향 장비 등 시설 개보수 필요 사항이 많다. 시설이 낙후돼 경기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운영할 것이다. 장충체육관은 근래 개보수 마친 체육시설이다. 향후 필요한 점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겠다.
관광체육국이 되면서 생활체육 분야가 체육진흥과로 분리됐다. 시의 생활체육 육성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예가 아닐까 싶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전문체육·생활체육 업무를 함께 한다면 생활체육이 소외될 수 있기에 체육진흥과가 창설됐다. 그간 주로 엘리트체육 위주로 경기력 향상에 주안을 뒀다면 이제는 고령화시대·100세시대인 만큼 시민이 더 건강해져야 해 이제는 시도 생활체육 프로그램 보급을 폭넓게 하고자 노력하려 한다.
시설로는 2014~2018년 5개년 계획으로 216개 체육시설 확충이 목표다. 2년차인 10월까지 17개 종목 82개 시설을 확보한 상태다. 다만 큰 시설 설치는 서울의 비싼 땅값이 발목을 잡는다. 경기도라도 부지를 확보해 서울시민이 쓰게 하려 한다. 일상적으로 흔히 스포츠를 즐기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생활체육의 급선무다.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왼쪽·청색 바지 착용)이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적색 바지 착용)과 함께 지난 8월2~5일 '한류스타와 함께하는 중국 주요도시 거리홍보'를 진행하며 한국 가수 강타, 중국 배우 진학동과 함께 베이징 왕푸징루를 걷고 있다. 사진/서울시
최근 많은 지자체가 관광산업을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향후 서울시는 시의 관광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관광산업은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다. 상대적으로 제조업에 비해 부가가치 창출과 고용효과도 크다. 35명 방문시 1명 정도가 신규 고용이 생길 정도다.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이 넘었고 2018년에는 곱절인 2000만명을 바라본다. 비록 숫자를 앞에 내세웠지만 양과 질의 동시 확보가 필요하다. 관광 불편에 대한 해소, 관광 인프라 구축, 관광 상품의 품질 재고, 등 여러가지를 잘 추진해 개선할 것은 개선하려 한다.
서울 경제에서 관광의 중요성은 막연했는데 메르스 사태로 관광객이 대거 빠져나가며 '나는 관광업 종사가자 아니야'라던 사람까지도 타격을 입는 것을 봤다. 서울에 관광 산업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했다. 당시 사태로 피해도 컸지만 또한 정책과제가 더 분명해졌다.
산업적 측면에서 시가 할 일이 많다. 범위가 너무 넓은 것은 아닌지.
시가 직접 관광 분야의 상품을 모조리 만들고 이끌 수는 없다. 서울 관광에 관심이 많은 젊은 기업이나 민간 분야에서 자연스럽게 활성화되게 견인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어플리케이션(앱)을 예로 들면 서울시가 직접 모든 것을 다 담은 앱을 만들면 앱이 무거워지고 불편해진다. 시가 보유한 공개 가능한 정보를 스타트업 기업에게 제공하고 특화가 가능한 좋은 정보를 앱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앱뿐만 아니라 참신한 것이 상품화되도록 해야 관광객에게도 좋고 일자리 창출과 먹거리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나눠도 무방한 것은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나누려 한다.
'관광지'로서의 서울시의 장점을 무엇으로 보나.
오시는 관광객마다 '100인100색'이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를 보니 전세계 198개국을 방문한 노르웨이 청년이 최고의 관광지가 서울이라 언급한 기사가 보도됐다. 또한 '럭셔리인덱스'를 보면 세계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도시의 1위가 서울(13일)이다.
우리는 미처 못 느낀 사이에 외국인들은 서울에서의 매력을 느낀다.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전통과 현대의 공존', '첨단의 생활이 이뤄지면서도 산과 강이 있는 도시 조화', 끝없이 호기심을 자극시키는 한류로 대변되는 그런 무형적인 자산' 등이 서울관광의 매력이라고 본다.
반면 개선해야할 점도 존재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관광 기반은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어떤 도시에 갔을 때 아무리 볼 것이 없어도 사람에 대한 기억이 좋으면 그 감동은 오래 간다.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씨우는 사례, 불친절 사례, 삐끼나 호객 행위가 더는 없도록 관광 종사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스마일'이 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상품과 자원이 있어도 잘 알리고 홍보하지 않으면 팔 수 없다. 관광마케팅전략을 세워서 세계시장에서 호평을 받도록 홍보마케팅을 확대할 것이다. 현재 75%가 개별 관광객(FIT)이고 중국 관광객도 50%가 개별 관광객으로 돌아섰다.
바뀐 관광 트렌드를 반영하는 정책 마련에도 주력하려 한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방문의 목적이 뭐냐"고 물으면 "'K-pop'이 좋아서", "서울에 가면 공연을 볼수 있다" 등 대답이 최근 나온다. K-POP 전용 공간과 체험 프로그램 등을 확충할 계획이다.
K-POP 체험 전용 공간은 SM엔터테인먼트와 시범 운영 중이다. 매월 450명 정도 수용 가능한데 이미 12월까지 접수가 900명이 넘었다. 접수를 받을 때 접수 사연을 받고 체험 후 피드백도 또 받고 있다. 그것을 통해서 수요 파악과 함께 어떤 사항을 더욱 보완해야 할지 생각한다.
서울시는 현 시장 취임 후 공유경제 정책을 강조하지만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는 현행 법규에 저촉되는 사항이 많다. 또한 도시민박업은 불법 혹은 탈법 운영 사례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의 정책이 주목된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공유경제 관련 주요 현안의 제도권 수용을 고민 중이다. 빨리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 기존의 국내 관련 업체와 함께 조화될 필요가 있다. 법제화 과정이 정교히 이뤄져야 하는데 시는 기재부 발표에서 고민을 느꼈다. 잘 될 것이라 기대한다.
김의승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이 동남아·중국 기자단 초청 팸투어에서 서울 관광에 대해 설명 중이다. 사진/서울시
앞으로 관광체육국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관광과 체육이 지금은 현안이 많아 업무를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긴 하나 본래 재밌고 신나는 일이다. 우리가 고민을 많이 하면 서울이 재밌고 신나는 도시가 된다는 사명에 일한다. 국 출범 후 한마음 단합대회를 했는데 "우리 스스로도 재밌고 신나야 시민들도 더욱 재밌고 신나게 될 것"이라는 직원 말에 감명을 받았다. 서울관광 2000만 시대, 스포츠로 활기찬 도시 서울,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고자 노력하겠다. 다만 시 담당 공무원 힘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다. 시민들과 함께 해야 하고 시민들과 소통해 좋은 정책을 만들 것이다. 서울을 매력적이고 재밌는 도시로 만들겠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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