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최근 1년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5500만원이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의 근로자가 아무것도 안하고 숨만 쉬면서 연봉을 모아도 오른 전세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전세를 포기하고 오른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거나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대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5520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도시 근로자 전체 평균 연소득 5213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한강이북 14개 자치구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3902만원 올랐고, 한강이남 11개구는 6878만원이나 상승했다. 한강이북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9083만원으로 3억원 진입에 임박했고, 한강이남의 평균가는 4억2783만원이다.
실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집계결과 지난해 10월 최고가 7억300만원에 계약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 리센츠 전용 84.9㎡는 최근 8억5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다. 1년 사이 1억2000만원이나 올랐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9㎡는 지난해 5억4000만원~9억5000만원이었던 실거래가가 최근 11억8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전세금 상승 속도를 세입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집주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맞물리며 임대차시장에서 월세화가 가속을 내고 있다.
올 1~10월 신고된 서울시 전체 전세계약은 10만78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2854건보다 10.6% 줄었다. 반면 월세는 3만5781건에서 4만8142건으로34.5% 늘었다. 아파트를 제외한 기타 주택의 경우 2011년 40.5%였던 월세 계약 비중이 올해 50.1%로 급증했다.
지방에서는 대구광역시가 3328만원 오르며 최고 상승액을 기록했다. 지방에서 3000만원 이상 오른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 전체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1억9680만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3억6861만원), 경기(2억2052만원)에 이어 세 번째로 비싸다.
최근 주택금융공사는 반전세가 급격히 늘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초 반전세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출 정책이 전·월세값 인상으로 연결돼 오히려 서민 부담을 가중시켜 왔음에도 정부는 또 다시 전월세 대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는 매번 전월세 대출 금리 인하나 저리의 대출 상품을 내놨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으로 전·월세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랐다"면서 "정부의 부실한 전세난 대응으로 전월세든 매매든 전 국민이 잠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꼬집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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