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내부자들' 권력과 권력의 충돌
2015-11-05 13:04:05 2015-11-05 13:04:05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사회가 험악해진 탓일까, 범죄 영화가 연달아 흥행했기 때문일까. '명품'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또 하나의 범죄 영화가 탄생했다.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새 영화 '내부자들'이다.
 
원작이 지극히 사실적이고 무거운 정치물이었다면, 영화는 스피디하고 화려해진 범죄물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낭만적인 감성도 곁들여졌다. 빠른 전개 속 다소 복잡한 인물의 관계도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놨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의 영리한 선택이 돋보인다.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사진/쇼박스
 
이 영화는 권력자들의 잡일을 처리해주다 버림받은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의 복수를 골자로 정치·언론·재벌권력의 비리와 부패를 노골적으로 조명한다.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보수언론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와 유력 대선후보 장필우(이경영 분), 자동차 업체 재벌 회장(김홍파 분)은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사리사욕을 채운다.
 
이들과 반대편에 선 안상구와 겉으로는 정의를 외치지만 출세욕이 가득한 우장훈(조승우 분) 검사는 마치 누구의 권력이 더 센지 시험하듯 충돌한다. 너나 할 것 없이 욕망만 드러낸다. 누구에게 몰입하고 응원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점이 되려 이 영화의 미덕이 됐다.
 
홀딱 벗은 여자들을 세워두고 벌이는 권력자들의 난교 파티나 사람의 팔을 무미건조하게 잘라내는 장면 등 수위 높은 장면이 꽤 많다. "대중은 개·돼지나 다름없다. 얼마간 짖다가 잠잠해진다"면서 욕망을 채우는 권력자들 등 분노가 치미는 대사와 장면도 적지 않다. 소위 '헬조선'의 속살을 본 것만 같아 찝찝함이 감돈다. 거부감이 들지만 현실감이 강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영화가 주는 불쾌한 감정은 그만큼 '내부자들'의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설명한다.
 
'내부자들' 스틸컷. 사진/쇼박스
 
도저히 옹호해줄 수 없는 사생활이 공개된 배우 이병헌의 연기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강력해진 듯하다. 이병헌은 유머와 낭만이 있는 정치깡패 안상구 그 자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여타 배우들의 호연도 눈길을 끈다. 백윤식은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고 섬뜩함을 안기며, 조승우의 능청은 캐릭터에 정감을 입힌다. 이 외에도 이경영, 김대명, 배성우, 정만식, 김홍파, 이엘 등 출연 배우들 모두 연기라는 ‘흉기’를 들고 싸우듯 대결을 펼친다. 우민호 감독은 올해 가장 배우 복이 많은 감독 중 하나인 듯하다.
 
스토리, 빠른 전개, 연기, 메시지, 연출 등 어느 하나 흠 잡을 곳 없는 19금 영화다. 다만 부모님과 함께 보긴 어려울 것 같다. 러닝타임은 130분, 오는 19일 개봉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