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크다. 단단하다. 힘이 좋다' 정도가 미국 브랜드 차량들이 주는 긍정적 이미지다. 국내에 비해 장거리 주행이 많고 의외의 험준한 지역이 숨어있는 미국 도로환경은 자국 브랜드 차량을 가솔린 중심의 힘좋고 듬직한 라인업이 주를 이루게 했다. 때문에 화려함 보다는 실용적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식 실용차량은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복잡한 도심 위주주행패턴과 고유가 환경은 믿음직스런 미국친구들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오히려 '투박하고 기름 많이먹는 애물단지'라는 오명을 안았다. 한때 수입차 시장에서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던 점유율을 독일산 디젤에 맥없이 내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같은 미국차가 최근 확실한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산기지를 유럽으로 옮겨 유럽 스타일의 차량을 내놓는가 하면 유럽 회사들과의 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조를 선보이기도 한다. 크라이슬러 역시 그 중심에 있다.
이같은 변화가 한눈에 느껴지는 차량이 올초 국내 시장에 출시한 200C다. 크라이슬러가 이탈리아 피아트에 합병된 후 처음 내놓은 작품. 이를테면 '이태리 감성을 입은 미국 친구'쯤 되겠다.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도전이자, 향후 지표를 보여주는 200C를 직접 체험해봤다.
크라이슬러 200c. 사진/FCA 코리아
300C로 대표되는 기존의 묵직하고 각진 크라이슬러스러운 디자인은 외관에서 찾아볼 수 없다. '미국차라고?'라는 의문이 제일 처음 떠올랐을만큼 매끈해졌다. 썩둑썩둑 썰어놓은 듯했던 라인은 공들여 대패질한듯 유려해졌다. 쿠페형 바디라인에 통합된 그릴과 헤드램프, 루프에서 트렁크 덮개까지 떨어지는 리어 스포일러는 미국차스럽지 않지만 유럽차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크라이슬러가 자신들의 새로운 얼굴이라 칭한 것이 과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크라이슬러는 신형 200c를 선보이며 자신들의 새 얼굴이라고 칭할만큼 디자인적 변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FCA코리아
내부가 궁금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외관보다는 실내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뉴욕 5번가와 캘리포니아 소살리토, 디트로이트 등 미국 명소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200C의 실내 디자인은 해당 장소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이국적이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분명 3000만원대 수입차에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워즈오토가 선정한 10대 베스트 인테리어 차량에 괜히 이름을 올린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크라이슬러 200c 내부전경. 사진/FCA코리아
다이얼 형식의 로터리 E-시프트 전자식 변속기는 센터콘솔 공간성을 살린 동시에 조작 편의성도 훌륭한 편이다. 물론 처음 접하는 이라면 익숙하지 않을수 있지만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수준은 아니다. 변속기 변화로 갖출수 있었던 수납공간들은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요소다.
다이얼 형식으로 기어를 변속하는 로터리 E-시프트 전자식 변속기(왼쪽)과 이를 통해 확보된 공간성 활용한 터널식 수납공간(오른쪽). 사진/정기종 기자
내비게이션은 다소 아쉽다. 시인성을 강화하기 위해 계기판 부분에 안내사항이 나오는 점은 높이 살만한 부분이지만 국산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과 비교했을 때 한없이 투박하다. 기자가 평소에 자주다니는 길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돌아가야하는 골목길로 안내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후방카메라의 역시 국산 준중형 세단에 탑재된 제품보다 화질이 떨어졌다. 최고급 세단은 아니라도 2000cc 이상의 중형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계기판 LCD를 통해서도 길안내를 해주는 부분은 높이 사지만 국산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들과 비교했을때 투박하고 시인성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진/정기종 기자
동급 최초 9단 자동변속기와 신형 2.4 'MultiAir®2 Tigershark I-4'엔진을 탑재한 200c의 주행성능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동력 성능은 중형 가솔린 차량에 어울리는 안정감을 구현했다.
오르막 길에서 미끄럼 방지를 위해 차량을 잡아주거나 초음파 센서와 레이더, 카메라 등을 통해 전방은 물론 측후방 360도에 걸쳐 쉴새없이 위험을 감지하고 충돌 위험이 있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켰다. 특히 기어가 주행(D)이나 후진(R)에 위치해도 안전벨트를 풀면 자동으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발동되는 '세이프홀드'는 인상적이었다.
공인연비는 리터당 10.5(도심: 8.7km/l, 고속도로: 13.8km/l)다. 시승기간 3일동안 계속된 비와 서울 강남일대의 복잡한 도심주행 위주로 110km 가량을 주행한 실연비는 8.0km/l였다. 납득가능한 오차범위 수준인 셈이다.
크라이슬러 200c는 분명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차량은 아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지도에 일본 브랜드를 압도할 만한 경제성을 갖춘 것도 아니다. 하지만 3000만원 후반대 가격과 주행성능 및 안전·편의사항을 고려해봤을 때 이 차가 저평가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수입 중형 세단 구매를 고려하고 있고 잇따른 구설수로 독일산 디젤 세단에 대한 믿음이 하락한 소비자라면, 크라이슬러 200c를 후보군에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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