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당국의 수사나 피해자들의 제보를 촉구하는 글을 올리면서 투자 과정에서 가해자들로부터 받은 권유 내용 등을 다소 과장되게 표현했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게시글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일부 무죄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투자를 권유받은 내용과 투자 경위, 가해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통화내용 등을 근거로 구성되어 있고 수사당국이나 국가차원의 조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며 “글을 게시한 주요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다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게시글에는 일부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한 단정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것 역시 투자를 권유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말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까지 볼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 정도가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글을 올린 사이트 게시판은 누구든 접근이 가능해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범위가 넓지만 투자사기 회사나 가해자들에 대한 이름을 나름대로 비실명처리를 했으므로 이 부분 글의 내용만으로는 그 대상이 특정인이라는 것을 일반인이 쉽게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하모씨가 운영하는 M사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2008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16회에 걸쳐 인터넷 다음 사이트 아고라 게시판에 M사와 하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올린 글 중에는 “제보에 의하면 BBK와 똑같은 수법의 금융피라미드 사기단”, “05년 4월 말일 경 투자권유, 정재계 인사나 정통부 직원은 투자가 불가능하니까 부인명의로 투자했다고 함 그래서 정통부에서 밀어주고 한다고 함, 현직 검사, 판사도 투자해서 뒷일을 봐준다고 함”,“유사JU사건 내지는 BBK이랍니다”등의 내용이 있었고 M사의 이름이나 하씨 등 관계자 이름은 ‘*’등 기호를 사용해 익명으로 표시했다. 1, 2심은 이 부분도 유죄로 봤으나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하*씨가 황산테러 폭행 전담조 운영, 양아치 풀어 폭행했다는 후문”, “이 눔 한테 중기청에서 100억대 돈을 준 과정. 행시 출신들 다 조사해야”등의 게시글이나 하씨의 여자문제, 특정 공무원 및 출신학교 등을 직접 또는 단정적으로 표현한 글들에 대해서는 대법원도 명예훼손의 유죄로 판단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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