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 기자]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발생, 이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전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위주로 공급이 이뤄진데다 건설사들이 물량조절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지난 2009년과 같은 전국적인 미분양 적체나 가격 폭락은 없을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이후 연평균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27만4300가구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02년 35만2000가구를 시작으로 2003년 35만4500가구, 2004년 30만2600가구, 2005년 30만5500가구 등 4년 동안에는 매년 30만가구가 넘는 물량폭탄이 쏟아졌다. 이후에도 2009년까지 매년 20만가구 넘게 공급되면서 과잉공급 우려가 이어졌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미분양 물량이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주택시장은 급냉각됐다.
실제 2002년 2만4900가구에 불과했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2006년 말 7만3700가구로 크게 늘더니 2007년 10만가구를 넘어섰고, 2008년 말에는 16만5500가구까지 치솟았다. 미분양 중에서도 악성으로 불리며 주택시장 침체의 주범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02년 5425가구에서 2009년 5만가구로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전국 곳곳에서 미분양이 쌓이면서 주택시장도 침체됐다. 2002년 22.8%에 이르던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007년 2.1%, 2008년 2.3%, 2009년 1.5%에 머물렀다. 특히,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과 함께 공급 폭탄이 떨어졌던 경기 용인시는 2006년 27.1%까지 올랐던 아파트값이 2008년에는 9.3%까지 폭락했고, 이후 불과 2년 전인 2013년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왔다.
◇2002년 이후 분양물량이 크게 늘면서 2006년 이후 미분양도 크게 늘었다. 최근 분양시장 역시 공급이 급증하면서 과거와 같은 미분양 증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 역시 과잉공급에 따른 미분양 물량 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에 대한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를 보면 올해 분양시장에는 총 49만여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2002년 35만2000가구보다 무려 40% 가까이 많은 물량이다. 전국 분양물량은 지난 2010년 17만3000가구까지 떨어졌지만 이듬해인 2011년 26만3000가구를 시작으로 2012년 26만2000가구, 2013년 28만3000가구, 지난해 33만가구 등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던 미분양 물량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4만가구에 이어 지난 4월에는 2만8000가구 수준까지 떨어졌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9월말 기준 3만2500여가구로 늘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약제도 개편 등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전세난 등이 맞물리면서 분양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맞았고, 건설사들도 미뤄왔던 분양 물량을 한꺼번에 쏟아냈다"며 "주택시장 침체로 움추려있던 수요자들이 움직이면서 물량을 소화했지만 최근에는 대기수요가 어느정도 소진되면서 늘어난 물량 소화에 시장도 한계에 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2000년대 후반과 같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주택시장이 폭락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에는 용인 등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지역들은 대부분 중대형 위주로 공급이 이뤄졌지만 최근 분양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이 실수요자들의 소화가 가능한 중소형 비중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2000년대 분양 물량의 경우 환금성 등으로 인해 주택시장 불황기에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중대형 물량 비중이 높아 주택시장 침체를 더욱 가속화시켰다"며 "하지만 2010년 이후 건설사들이 중대형 공급을 크게 줄이고 중소형 비중을 늘리면서 시장이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체 분양 물량 중 85㎡ 이상 중대형 아파트 비중은 지난 2007년 36.5%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0.2% 수준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7%대에 불과하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중소형 미분양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지만 올해까지 공급 물량은 충분히 시장에서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며 "최근 집단대출 등 규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1%도 안되는 금리로, 정부에서도 그동안 공급 물량에 대한 우려보다는 향후 과잉공급 지속에 따른 부작용을 내다본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함 센터장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역대급 분양이 이뤄질 경우 심각한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적체가 주택시장을 위협할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도 과거와 같은 과잉공급에 따른 시장침체를 우려해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중견 건설업체인 H건설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워낙 시장 분위기가 좋아 공급물량을 한꺼번에 늘렸지만 내년까지 이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지는 않는다"며 "당장 내년부터 시장 분위기를 모니터링하면서 공급물량 조절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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