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구조조정…건설사들 "차라리 빨리 시작됐으면"
내년 사업계획 차질은 물론 인사철 앞두고 분위기도 침체
시간 촉박하고 기준 상이해 대규모 구조조정 힘들다는 전망도
2015-11-10 15:13:48 2015-11-10 15:13:4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한계기업 청산을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이 실시될 것이란 소문만 무성할 뿐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아 불안감만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을 불러모아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옥석가리기"라며 "회생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이틀 후인 29일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속 가능하지 않은 기업은 빨리 정리해 시장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며 엄정한 기업신용평가, 기업 자구노력을 전제한 경영정상화, 신속한 구조조정을 기업 구조조정 3대 원칙으로 내세웠다.
 
금융당국 수장의 강경 발언이 잇따르면서 건설을 비롯해 위기산업으로 꼽히는 조선, 철강, 해운, 석유화학업계의 불안감이 커졌다. 건설업의 경우 지난 2009년 시작한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인 상황인 데다 주택시장을 제외하고 공공공사, 해외 프로젝트 등은 여전히 어렵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충격파는 더 강했다. 이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인 기업도 20여곳에 달하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구조조정 칼바람을 맞게 돼 사업계획 세부일정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인사철을 앞둔 상황이어서 사내 분위기도 더욱 침체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하루하루 금융당국의 입만 바라보며 마음을 졸이는 일에 지친다는 의미다.
 
아울러 구조조정 기준에 수주산업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일반 제조업과 달리 프로젝트 진행기간이 길고 비용이 큰 만큼 높은 부채비율 등 특수성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반 제조업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 경우 건설이나 조선 등 수주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연말까지 두달도 남지 않아 제대로 된 옥석가리기가 불가능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각 채권은행마다 신용평가 기준이 다르고 기업에 대한 회사채 만기일 또한 제각각인 상황이어서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건설업이 경제활동인구의 7%를 차지하는 등 대규모 고용산업이라는 점에서 일자리 보전을 위해서라도 큰 폭의 구조조정은 힘들지 않겠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2009년 이후 건설업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지만 2009년과 2010년을 제외하면 중견 건설사 이상이 포함된 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들 위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경 건설업체 관계자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있는 중견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할 거면 차라리 빨리 시작해서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불안감으로 인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진 원장은 이날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옥석가리기”라며 “회생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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