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에는
KT(030200)-SK텔레콤 양강 구도가 형성되게 됐다. KT는 현재 유료방송 가입자 84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을 마무리하면 SKT는 유료방송 가입자 750만명을 확보하게 된다.
그동안 유료방송 시장에서는 KT가 초대형 공룡 취급을 받으며 중소 사업자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거대 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이 탄생하기도 했다. 합산규제법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SKT라는 또 다른 통신사업자의 등장은 유료방송 시장이 KT와 SKT로 재편되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게 됐다. 실제 SK의 시장 진입에 반대해야 할 케이블TV 업계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르게 생각하면 당장 경영 상황이 어려운 중소 사업자에게는 좋은 가격에 인수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거기다 SKT에 인수된 기업이 케이블TV 업계 1위를 달리던 CJ헬로비전이니 구심점도 잃어버렸다. KT라는 하나의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을 당시에는 생존을 위해 똘똘 뭉쳤지만, SKT의 등장으로 각자 주판을 굴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다른 케이블사들이 결합상품 등에서 같이 싸우던 1위 사업자가 인수됐다고 배신감 느끼거나 할 말도 없는 상황"이라며 "자신들도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KT에 이어 SKT까지 통신사업자가 유료방송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LG유플러스(032640)다. 경쟁사의 유무선 결합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따라서 이미 시장에 매물로 나온 씨앤앰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러나 약 2조원 이상의 가격을 부르고 있는 씨앤앰을 과연 LG유플러스가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소 사업자들이 살아 남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만든 합산규제법을 오히려 수정해 KT나 SKT가 원활한 인수합병(M&A)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중소 사업자 입장에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유선에 대한 투자보다는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을 성사시키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KT나 SKT 입장에서는 규제가 완화되면 적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덩치를 불리기 위한 M&A에 나서지 않을 이유는 없다.
정부의 허가가 나야 하지만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큰 무리 없이 끝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KT나 LG유플러스 같은 경쟁사들이 무선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전이와 불공정 경쟁 발생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번 인수건 자체를 수포로 돌릴만한 논리적 근거나 명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손을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다양한 반대 이유들을 찾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CJ헬로비전 본사 로비의 모습.사진/뉴시스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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