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이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공동체의 지역자산 소유를 대안으로 꼽았다.
서울시,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포구마을생태계조성사업단은 공동으로 17일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자산화 전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는 영국 로컬리티 부대표를 지내고 현재 사이타 컨설팅 대표를 맡고 있는 커뮤니티 전문가 스티브 클레어(Steve Clare)를 초청해 영국의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사례를 듣고 이를 한국 상황에 맞게 접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 상승에 따라 기존 원주민이 외곽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으로 신촌, 홍대, 인사동 등에서 잇달아 벌어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날에도 홍대상권의 한 유명 치킨집에서 건물주의 퇴거 요구에 따라 용역업체 직원들이 매장 집기 등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세입자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의 경우 지역별로 공동체가 구성, 공동체기업 형태로 지역자산을 소유 및 운영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고 있다.
공동체기업연합인 로컬리티(Locality)의 경우 회원 공동체만 영국 전역에 걸쳐 550여개에 달하며, 7억파운드(약 1조2200억원)의 공동체 자산을 보유, 3억1500만파운드(약 5500억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07년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에게 사용하지 않는 토지나 건물을 지역 공동체에 양도하도록 권유하는 쿼크 보고서(Quirk Review)를 계기로 2007년 지속가능한 공동체법, 2011년 지역주권법이 만들어지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공공지출 삭감 정책을 확대하면서 공백이 생기는 공공서비스 대안으로 공동체기업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코인 스트리트 커뮤니티 빌더스(Coin Street Community Builders) 공동체 기업은 런던 중빔부 버려진 부지에 협동출자 방식으로 주택, 가게, 갤러리, 식당, 카페, 공원, 스포츠 시설 등을 만들고 보육, 합슥, 가족 지원, 기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공동체 기업 굿윈 개발 신탁(Goodwin Development Trust)는 지역 주민들로 구성돼 14개의 건물을 관리하며, 1억파운드(약 1760억원)을 모아 험버 브릿지를 구매 시도하는 등 지속적인 지역자산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스티브 클레어는 "공동체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Small, Local, Open, Connected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지역 특성에 맞춰 여러가지 형태로 소유하고 제공할 수 있다"며 "한국에도 훌륭한 사람과 지역이 있는 만큼 작은 것부터 즐겁게 실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가들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자산 소유 방향에 공감하며, 의식 개선, 제도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균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전 공동대표는 "건물주가 아닌 예술가나 상인들이 노력해 그 지역의 가치가 올라간 것인데도 건물주 말 한마디에 쫓겨나고 있다"며 "30년 이상 세입자 권리를 보호하거나 퇴거 요구를 제한하고 있는 독일이나 일본과 같이 우리도 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남 마포구마을생태계조성사업단장은 "지역 활동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려면 공동자산이 정답"이라며 "처음엔 어려움이 있겠지만 '하나를 만드니 열이 열리더라'는 말처럼 지역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모으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클레어(Steve Clare) 영국 사이타 컨설팅 대표가 17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극장 젠트리피케이션과 지역자산화 전략 컨퍼런스에서 영국 지역자산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사진/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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