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3위 한국전력이 오는 20일 열리는 이사회에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안을 상정합니다. 전자투표제란, 각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하는데요. 일단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돼야 도입이 확정되겠지만, 주식시장에서 덩치가 제법 큰 한국전력이 전자투표제 시행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가증권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도 있고요.
한국전력 관계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돕겠다는 취지에서 전자투표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한국전력의 경우 본사가 지방(전라남도 나주)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주가 주총에 직접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죠. 만약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빠르면 올해 말 주총에서부터 전자투표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주들의 전자투표제 이용률은 상당히 저조했습니다. 예탁결제원 분석에 따르면,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시스템을 계약한 기업 주주들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주식 수를 기준으로 1.76%에 불과합니다. 전자투표제가 섀도우 보팅(Shadow Voting·주총에 참석하지 않으면 참석 주식의 찬반 비율에 따라 자동으로 의결이 진행되는 제도)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시행되고는 있지만, 정작 낮은 참여율 탓에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인겁니다. 이 경우 다수 주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소수 오너가의 경영권 독점은 그대로 반복될 수밖에 없죠.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유가증권 상장사 주주들의 전자투표 참여도가 낮은 반면, 코스닥사 주주들의 전자투표 행사율은 높았다는 사실입니다. 최홍주 예탁원 권리관리부 팀장의 설명을 들어봤는데요. 물론 모집단인 코스닥 상장사의 주식이 유가증권 상장사 대비 워낙 적은 영향도 있지만, 코스닥 소액주주들의 경우 개별 이슈에 따라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한국전력의 전자투표제 추진 이슈가 다른 유가증권 상장사로도 확대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워낙 큰 회사인데다 공기업이라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전자투표제 도입이 확정될 경우 다른 코스피 상장사로의 전파 효과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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