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19일 도쿄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한일전은 지난 9월22일 타계한 미국의 야구 영웅 요기 베라(Yogi Berra)의 명언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문구가 들어맞았던 경기였다.
한국은 7회까지 일본의 이날 선발투수로 나선 오타니에게 꽁꽁 묶이며 아무 점수도 내지 못했다. 8회에도 전광판의 한국 점수는 0이었다. 그런데 9회초 한국은 5개의 안타와 볼넷 및 몸 맞는 공 한 개를 묶어 4점을 한꺼번에 뽑으며 극적으로 역전승을 이뤘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9일 저녁 일본 도쿄돔서 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일본 야구 대표팀과의 준결승에서 '4-3'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이뤘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일 열릴 미국과 멕시코의 준결승전 승자와 21일 도쿄돔에서 대회 우승을 놓고 겨루게 됐다. 반면 이 대회 주최국과 같은 일본은 3위를 노려야 하는 뼈아픈 처지를 맞았다.
◇한국, '오타니 공략'은 이번에도 또 실패했다
일본의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21·니혼햄)는 7이닝에 걸쳐 안타 1개만 주고 무려 11탈삼진을 곁들인 무실점 호투를 통해 한국 타선을 확실히 묶었다. 반면 한국의 선발투수 이대은(26·지바롯데(27·SK)은 '3.1이닝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1자책)' 아쉬운 성적과 패전을 맞았다.
1회 2사 1, 2루 실점 위기를 뜬공으로 넘긴 이대은은 2회와 3회에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주자를 내보냈지만 더는 주자를 만들지 않고 마무리했다. 오타니가 24구로 3이닝동안 한국을 완벽하게 막았지만 대다수 팬들이 당시까지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그다지 없던 이유다.
그러나 한국은 4회말 3점을 내주며 승리의 무게추를 일본으로 기울였다. 일본은 선두타자 나가타의 볼넷과 나카무라의 좌중간향 안타 등으로 1사 1, 3루 찬스를 엮고 히라타의 좌전안타에 나가타가 홈으로 들어와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시마가 유격수 땅볼 때 유격수 실책에 나와 나카무라가 홈을 밟았고, 아키야마의 볼넷에 1사 1, 2루 찬스가 만들어지자 사카모토가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히라타마저 홈에 왔다.
이대은은 아키야마에 볼넷을 내주고 차우찬에게 마운드를 내줬고, 4회말 2개의 아웃카운트를 기록한 차우찬은 5회와 6회를 실점없이 막았다. 특히 6회는 삼진 1개를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마운드 안정은 3점차로 뒤지던 한국의 반격을 기대하게한 이유다.
그런데 타선은 6회까지 점수가 없었다. 오타니에게 무안타로 농락당했다. 6회초 종료 당시의 한국 타선은 삼진 9개로 묶이고 안타는 하나도 치지 못한 채 몸에 맞은 볼로써 출루만 한차례 행했을 뿐이다. 마운드의 안정 기조에 안도하면서도 상당수 한국 야구팬은 타선에 한숨만 쉬었다.
7회초 선두타자인 정근우가 중전안타를 쳤다. 이날 한국의 첫 안타다.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이용규와 김현수가 연속 삼진을 당하며 금방 깨졌다. 7회초도 한국의 득점은 없었다.
◇"오타니만 무서웠다(?)" 9회말 4점을 뽑은 한국, 극적 대역전 성공
0-3으로 뒤진 8회초, 일본은 85구를 투구한 오타니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노리모토 다카히로를 올렸다. 오타니가 대회 개막전서 한국에 무실점을 기록했던 것처럼, 노리모토도 개막전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노리모토는 8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박병호는 중견수 뜬공으로, 민병헌은 유격수 땅볼로, 황재균은 삼진으로 잡아냈다. 오타니는 물론 노리모토에게도 꽁꽁 묶여버린 이날 한국의 패색은 점점 짙어졌다.
그렇지만 한국은 9회가 남았고, 한국은 이 마지막 이닝을 잘 살리며 드라마같은 승리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9회 대타로 나선 선두타자 오재원과 역시 대타로 나선 손아섭이 각각 안타를 치며 무사 1, 2루 득점 찬스를 맞았다. 이날 두 번째와 세 번째 안타이자 처음 맞은 연속 안타였다. 결국 한국의 첫 타점은 이날 첫 안타를 친 정근우가 뽑아냈다.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 2루타를 날린 것이다.
노리모토는 이용규도 몸에 맞는 공으로써 출루시켰다. 무사 만루가 되자 일본 벤치는 끝내 마운드를 노리모토에서 마쓰이 유키로 교체했다. 하지만 마쓰이 유키는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한 점을 더 줬다. 한국은 2-3으로 일본을 추격했다.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출신의 이대호가 나오자 일본은 마운드를 마쓰이 히로토시로 바꾸면서 이대호를 상대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오히려 일을 냈다. 이대호는 마쓰이 히로토시의 떨어지는 변화구를 잡아당기며 2타점 적시타를 쳤다. 한국이 9회말에 2-3에서 4-3으로 역전한 극적 순간이다.
한국은 리드를 잡자 9회말 정대현과 이현승을 마운드에 올리면서 3개의 아웃카운트 확보를 맡겼다.
결국 정대현은 선두타자 3번 야마다와 4번 쓰쓰고를 헛스윙 삼진과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이현승은 올해 퍼시픽리그 홈런과 타점왕인 나카무라 다케야(37홈런 124타점)를 3루수 땅볼로써 처리했다.
끝내 결승으로 가는 준결승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숙적' 한국와 일본의 대결에서 승자는 한국이 됐다.
이대호. 사진/뉴스1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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