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대한민국이 세계 상위 12개국 야구 대항전인 '프리미어12'의 초대 우승국이 됐다. 최악의 조건을 딛고 얻어낸 최고의 성적이기에 가치와 의미는 더욱 빛났다.
21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결승전 대한민국과 미국의 경기가 8-0 한국의 승리로 끝나면서 한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가 끝난 후 대회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 지난 21일 저녁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선발투수인 김광현을 비롯한 투수진의 호투, 13안타와 10사사구를 만들어낸 타선의 활약으로 미국에 8-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올해 창설된 이 대회의 초대 우승국이 됐다.
한국의 이번 대회 우승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았다. 이번 대회는 표면적으로는 WBSC 주최의 대회였지만 실질적 주최국은 일본이었기에 대회 운영은 일본에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은 WBSC 뒤에 숨은 일본의 견제를 받고도 우승이란 결실을 이뤘다.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어떻게든 주인공이 되길 원했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들이 빠져 전력이 다소 약했던 미국 대신 최정예 멤버를 꾸린 한국을 집중견제했다. 일본의 입김에 WBSC는 흥행을 이유로 준결승전 일정을 일본에 유리하게 바꿨고, 준결승전·결승전 심판에 한국과 맞서 싸우는 국가의 심판을 배정했다. 상식 밖의 일이다.
한국은 내부적으로도 불리한 처지였다. 대표팀에서 그간 간판으로 활약했던 선수들 중 윤석민·양현종·오승환은 부상 당했고 류현진·추신수·강정호는 리그의 규제로 명단에서 빠진 가운데 해외 원정 도박 의혹을 받은 윤성환·안지만·임창용 등도 결장했다. 다른 대회와 달리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만한 병역 혜택도 전혀 없는 상황이었다.
예선 조별리그에서 한국은 3승2패로 B조 3위로 본선에 올랐다. 8일 일본과의 개막전을 0-5로 완패했고, 15일 미국과의 예선전은 연장 접전 끝에 3-2로 분패했다. 도미니카공화국(11일)·베네수엘라(12일)·멕시코(14일)전을 이겼지만 경기 내용은 아쉬웠다.
그러나 토너먼트 형태인 8강전부터 한국은 모든 경기를 이기면서 끝내 우승했다. 16일 쿠바 상대 8강전을 7-2로 이긴 한국은 19일 일본과의 4강전도 승리했다. 0-3으로 패색이 짙던 한국은 9회초에 한꺼번에 4득점하며 역전해 일본을 충격에 빠뜨렸다.
결승전은 조별리그에서 연장 분패를 안긴 미국에 대한 설욕전이었다. 이전까지 다소 부진했던 김광현과 이용규, 박병호가 맹활약해 더욱 뜻깊었다. 결국 우승을 거머쥔 한국 선수단은 당당한 모습으로 금의환향하게 됐다.
한편 대회 최우수선수(MVP)로는 한국이 치른 8경기에 모두 출전해 4득점 13타점, 타율 3할3푼3리(33타수 11안타)로 맹활약한 김현수가 뽑혔다. 결승전에서도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던 김현수는 늦가을 야구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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