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글로벌 시장에서 추가 도약을 위해 선택한 브랜드는 ‘제네시스’였다. 기존 제네시스 차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현대차가 빠르게 고급차 시장에 안착하기 위한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단일 차종 브랜드였던 ‘제네시스’를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로 만든 것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지난 2004년 1세대 제네시스 차량 개발 착수 시점부터 2008년을 목표로 런칭이 추진됐다. 이를 위해 2006년 국내와 북미에서 고급차 관련 태스크포스팀(TFT)이 운영됐고 외부 전문 컨설팅 업체를 통한 시장조사 및 수익성 분석이 진행됐다.
하지만 2008년 1세대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출시에도 불구하고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된 고급차 시장 상황과 내부적으로 완벽함 및 복수의 라인업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브랜드 출범은 연기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1세대 제네시스 출범 이후 강판과 엔진, 디자인 등 완전히 다른 차량을 출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별도의 팀도 운영했다. 이후 현대차는 2013년 2세대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며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난해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스몰 오버랩 충돌테스트에서 2세대 제네시스는 승용차 최초로 전 항목 만점을 받았다. 또 1세대 모델의 연간 최대 판매량 대비 20% 이상의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자신감을 가진 현대차는 결국 제네시스를 별도 독립 브랜드로 격상시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서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글로벌 고급차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로 대중차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큰 폭의 판매 감소가 있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판매 증가율이 10.5%를 기록하며 대중차 시장 증가율 6.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팔린 고급차는 833만대로 전체 시장에서 9.7%를 차지했다.
이 시장에 제네시스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미 시장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렉서스, 벤틀리, 포르쉐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자리를 잡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대차는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루크 동커볼케를 합류시켰다. 또 현대디자인센터 내부에 별도 조직인 ‘프레스티지 디자인실’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전담한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초반에는 현대차의 판매 및 서비스망을 활용할 방침이지만, 향후 제네시스 전용 전시장과 판매점, 서비스센터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라인업은 오는 2020년까지 6종으로 구성된다. 기존 2세대 제네시스(G80)와 12월 9일 출시될 최상위 모델 제네시스 EQ900(해외명 G90)으로 시작해 향후 5년간 4종의 신규 개발 모델을 추가한다. 새로 개발할 모델은 중형 고급 세단, 대형 고급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고급 SUV 등이다. 중형 고급 세단의 경우 후륜 구동 기반의 플랫폼을 적용해 2017년 하반기에 ‘G70’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다. 제네시스 브랜드로 출시할 모든 차명은 ‘G+숫자’로 일원화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브랜드 출범 행사에서 “설렘과 떨림이 교차하고 있다”며 “상품에 대한 자신감은 있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있을 텐데 현대차는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쌓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반에 시장에서 어떤 성적을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브랜드 콘셉트가 불명확한 가운데 기존 현대차 이미지를 얼마나 벗겨내면서 디자인과 품질에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면서 “렉서스처럼 플래그십 모델(최상위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브랜드가 시작하는 만큼 시장에서 이 차가 얼마나 고급차로 인식되는지가 제네시스의 향후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4일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식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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