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오는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을 4년 더 유예하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사법시험 존폐여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공식입장 발표다. 그러나 폐지나 존치가 아닌 유예라는 이도저도 아닌 입장을 발표하면서 사시존치론측이나 폐지론측 양측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질 전망이다.
법무부는 2021년까지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고, 그동안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3일 밝혔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은 이날 "로스쿨 제도 도입 후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정착 과정에 있고, 로스쿨 제도의 개선 필요성도 있으므로 그 경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사법시험 폐지를 유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폐지 유예 시한에 대해서는 "로스쿨·변호사시험 제도가 10년간 시행된 후 정착되는 시기인 점, 변호사시험의 5년·5회 응시횟수 제한에 따라 불합격자 누적이 둔화해 응시 인원이 약 3100명에 수렴하는 시기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유예 기간 시험과목이 사법시험 1·2차와 유사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 법조 선발을 일원화하되 간접적으로 사법시험 존치 효과를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 로스쿨이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입학, 학사 관리, 졸업 후 채용 등 전반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이후 불가피하게 사법시험 존치가 논의되면 사법연수원과 달리 별도 대학원 형식의 연수기관을 설립해 제반 비용을 자비 부담시키는 방안 등도 포함된다.
김 차관은 "다양한 방안을 면밀히 연구·분석하고 객관적 자료를 수집하고, 유관 부처, 관련 기관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논의하겠다"며 "앞으로 법무부의 입장이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의 하나로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일반 국민, 법대 출신 비법조인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중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 조사한 결과 '현행법대로 사법시험을 2017년에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23.5%만이 찬성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 '사법시험 폐지는 시기상조이므로 좀 더 실시해본 뒤 계속 존치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모두 85.4%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법대 출신 비법조인 1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설문 조사에서도 일반인 결과와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현행법에 따르면 사법시험은 2017월 12월31일 폐지되며, 내년 2월 진행되는 사법시험 1차 시험이 현행법에 따른 마지막 1차 시험인 상황이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이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대한법학교수회 등은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 기회 제공, 이론·연구 법학 교육의 지속적인 발전, 상호 경쟁을 통한 다양한 법률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사법시험은 존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로스쿨협의회, 한국법학교수회 등은 국제화·전문화된 법조인 양성이란 로스쿨 제도의 도입취지 반영, 경제적 약자의 법조계 진출을 특별전형과 장학금 등 제도로서 보장, 법조계 이원화·계층화로 인한 분열 조장 우려 등의 이유로 사법시험은 현행법대로 2017년 폐지돼야 한다는 견해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 실에서 사법시험 2021년까지 4년간 폐지 유예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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