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법개혁은 어디가고 사시 존폐만
2015-12-08 06:00:00 2015-12-08 09:05:11
장달영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의 각 집행부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결사체인 한국법조인협회가 사법시험 존폐 문제를 둘러싸고 벌이는 갈등이 그야말로 ‘분열상’이다. 최근 사법시험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2017년 예정인 사법시험 폐지를 4년간 유예할 것이라는 발표는 이러한 변호사업계 내부의 반목과 대립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몇 년간 법조계 일부의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대한 법조계의 일반적 분위기는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의 새 집행부가 전방위로 존치를 위한 운동을 하고 여론이 로스쿨은 특권층의 법조인 진출로로 이용될 수 있다는 심증을 갖게 됨으로써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로스쿨 재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자퇴를 결의하고 변호사시험을 거부하는 등 로스쿨 측이 반발하지만 로스쿨에 대해 안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적지 않은 국민들의 눈엔 ‘몽니’로 보일 것이고 국민적 반감을 더 키울 수도 있다.
 
사법시험 존치가 아닌 폐지 유예라는 점과 지금의 여론 분위기에 비추어 사법시험 폐지유예 법안이 발의되면 이번 19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 다음의 정부가 사법시험 존치 문제라는 ‘폭탄’을 처리해야 한다. 향후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 집행부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 사이에선 대국민 홍보의 ‘공중전’과 사법부·입법부·행정부를 상대로 한 ‘지상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내년 총선 과정에선 여당과 야당에 지원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섭외하고자 은밀한 ‘작전’도 펼칠 것이다. 한국법조인협회 측은 다음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출에서 사법시험 폐지를 옹호하는 후보를 당선시켜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사법시험 존치 세력의 ‘진지’가 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이러한 사법시험 폐지 유예 이후 예상되는 일들이 나에겐 강 건너 불 구경거리이다. 사실 나는 예정대로 사법시험이 2017년에 폐지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사법시험 폐지가 유예되거나 사법시험이 존치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았다. 변호사로서 책상에 놓인 기록을 보고 서면을 작성하느라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적은 탓일 수도 있다. 사법시험 출신 중에도 사법시험 존치를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는 변호사도 있을 것이고, 로스쿨 출신 중에도 사법시험 폐지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변호사도 있을 것이다.
 
한국 법조인 양성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 국민들에게 법률서비스에 관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인지 등 사법시험 존치 여부가 미치는 국가·사회적 효과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을 수도 있고, 변호사로서 살아가기 바쁜 탓에 사법시험 존치 문제에 관심을 둘 수 없는 법조 시장의 어두운 현실도 이유일 수 있다.
 
법조 브로커가 변호사를 부리거나 변호사가 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일에서 보는 것처럼 변호사 시장이 왜곡되고 소송에서 전관 변호사의 소위 '약발'이 먹히는 일로 사법정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사법개혁의 본질적 문제가 아닌 사법시험 존폐를 두고 변호사 단체가 앞으로 5년을 더 싸우는 모습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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