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영업사원도 요리로 면접보는 샘표
"식품기업, 주부 이해가 우선"
인성·팀워크·창의력 '평가지표'
2015-12-13 14:26:54 2015-12-13 14:26:54
"준비 되셨죠? 요리 시작하시면 됩니다."
 
지난 7일부터 닷새간 시행됐던 샘표식품(007540)의 '요리면접'은 식품업계에서는 유명한 이색 신입사원 채용과정이다. 2000년부터 시작된 해당 면접은 '식품회사 직원들이 먼저 요리를 알아야 주부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박진선 샘표 사장의 지론에서 비롯됐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11일 역시 요리와 무관할 수 있는 영업부문 지원자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다.
 
4~5명이 1시간 동안 요리 하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수많은 변수가 생긴다. 개인의 역량이 아닌 팀원들의 협력이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각 조의 옆에는 평가를 위한 면접관들이 이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었다. 면접관들은 최근 요리면접을 통과해 입사한 2~3년차 사원이다. 이들은 팀원들끼리의 대화와 행동을 지켜본 후 커뮤니케이션, 조직력, 태도 등의 항목에 점수를 매긴다.
 
시험장에서 한 면접관은 "원래 계획했던 메뉴가 요리 과정에서 틀어질 수도 있고 팀원들끼리 의견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요리의 완성도보다는 지원자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협력과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지 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요리가 모두 완성된 후에는 박 사장과 임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회의실에서 한조씩 발표를 진행하다.
 
면접장에서는 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팀원들이 만든 요리를 얼마에 팔고 싶은가?" 등 구체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왜 탕수육 소스로 백년동안 제품 중 석류식초를 썼나?" 등 요리에 해박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지원자들은 대부분 조심스럽지만 꿋꿋하게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샘표 측은 판에 박힌 모범답안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차별점을 부각하는 지원자가 합격확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샘표 관계자는 "15년 가량 요리면접이 알려지다보니 응시자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며 "팀원들과 잘 융화돼 요리를 완성한 후 임원 면접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답변을 하길 권한다"고 전했다.
 
샘표식품 '요리면접'은 지원자들의 인성·팀워크·창의력 등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이색 채용과정이다. 지난 11일 면접에 참여한 지원자들이 함께 요리를 진행하며 상의하는 모습. (사진=샘표식품)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