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편의점 가맹점주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빚어졌다. 그는 3년 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가장의 책임감에 그간 모았던 전 재산을 털어넣어 편의점을 열었다.
이들 부부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2교대로 하루 24시간을 꼬박 서서 일했다. 밥값도 아끼기 위해 컵라면과 유통기간이 다 된 김밥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부부는 어린 자식을 보면서 “이렇게 아껴가며 운영하면 잘 될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안고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현실은 비정했다. 인근에 또 다른 편의점이 생기면서 매출은 급감했고, 손에 쥐는 건 최저임금 수준에 그쳤다. 폐업하거나 양수도 쉽지 않았다. 가맹본부와의 계약 기간 5년을 채우지 못하면 수천만원에 달하는 위약금이 뒤따랐고, 수익성이 떨어져 헐값에도 팔리지 않았다.
쌓여가는 빚에 몸과 마음은 지칠 때로 지쳤다. 편의점 오픈 초기 장밋빛 희망은 절망이 되어 그의 어깨를 짓눌렀고, 결국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남겨둔 채 먼 곳으로 떠났다.
지난 2013년 부산, 거제, 용인 등에서도 두 달 사이 4명의 편의점주가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바 있다. 편의점 가맹업계의 불공정 문제는 아주 잠시 사회적 문제로 다뤄졌을 뿐, 구조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대중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이 시기 편의점 업계는 두 자릿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주목 받았다.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대형 할인점을 찾는 소비자는 줄고 편의점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편의점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카드 할인 등 다양한 혜택도 더해져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실제로 국내 3대 편의점 업체인 GS리테일, BGF리테일, 세븐일레븐의 올 3분기 누적매출은 각각 3조4098억원(Yoy 36%↑), 3조1509억원(Yoy 28.8%↑), 2조5107억원(Yoy 26.4%↑)으로, 소비침체를 무색케 한다. 편의점 카드 승인액 역시 지난 8월 9100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3.9% 급증했다.
문제는 가맹본부의 공격적인 확장정책으로 본사의 매출은 급증했지만, 편의점 점주는 출혈경쟁에 수익은 반토막 나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업계 고속성장의 이면에는 가맹 본사와 편의점주 간의 불균형적 수익 배분이 자리하고 있다. 말뿐인 상생이 아닌 파트너로서 본사와 가맹점이 저비용·고효율의 수익 연동구조로 한데 묶이는 건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김영택 탐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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