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공무원 자녀도 못 쓰는 근로계약서
주휴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 풍토 만연
"사업주 보호 위해서도 근로조건 명문화 필요"
2015-12-23 15:09:45 2015-12-23 15:09:45
방학기간을 활용해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하던 A양은 최근 면접 자리에서 “주휴수당을 주느냐”고 물어봤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다른 면접에서도 주휴수당 이야기에 사장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결국 A양은 주휴수당을 포기하기로 했다. 이후 서면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는 채 일을 구했다. A양의 아버지는 다름 아닌 고용노동부 공무원이었다.
 
정부가 매년 근로기준법 위반행위에 대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아직까지 미지근하다. 고용부 경기지청이 최근 발표한 ‘하반기 기초 고용질서 일제점검 결과’에 따르면 점검 대상 640개소 중 201개 사업장이 주휴·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48개소), 근로계약 관련 법규를 위반(156개소)했다. 고용부의 7월 ‘인턴 다수 고용 사업장 감독 결과’에서도 사업장 3곳 중 2곳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업주와 직원 간 갈등의 상당수는 근로계약에서 비롯된다. 주휴수당 역시 유급휴가와 함께 근로계약서에 명시돼야 하는데, 서면으로 된 근로계약서가 없다면 사업주에게 계약조건 이행을 요구할 근거를 대기 어렵다. 3년째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 씨(27·남)는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는 했는데 아직도 사본을 받아보지 못 했다”며 “이 때문에 야근이 정당한 건지, 월급은 제대로 나오는 건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단기계약이 대부분인 아르바이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구직자 중 상당수가 법률 지식이 모자란 미성년자라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경기지청에 적발된 피씨방 중 한 곳도 계약에 ‘잔고 부족과 기물 파손·분실에 따른 모든 비용을 근무자가 부담한다’는 독소규정을 집어넣고, 신고를 우려해 직원에게 줘야 할 계약서까지 모두 본인이 보관하고 있었다.
 
특히 근로계약서 작성은 사업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창준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근로자가 서면계약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약속보다 많은 임금을 요구하는 등 당초 합의하지 않은 내용을 합의했다고 주장한다면 고용주도 본래 계약조건을 증명할 길이 없다”며 “분쟁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도 서면근로계약서 작성이 관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아르바이트노조 울산지부 준비위원회가 지난 7월 29일 울산 중구 성남동 젊음의 거리에서 지역 청소년 알바노동 실태조사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노조 관계자가 청소년 알바노동자의 처지를 묘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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