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행 김현수, 남다른 각오…"한국 돌아오면 실패"
2015-12-29 16:40:47 2015-12-29 16:40:50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거'라는 꿈을 이룬 김현수(27)가 "한국에 돌아오게 되면 실패자라고 본다"며 남다른 의지와 각오를 다졌다.
 
김현수. 사진/이준혁 기자
 
김현수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컨벤션벨라지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들을 공개했다. 
 
김현수는 지난 24일(한국시간) 볼티모어와 계약기간 2년, 총액 700만 달러(한화 약 82억원)계약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김현수는 KBO리그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바로 옮겨간 4번째 선수가 됐다.
 
다음은 김현수와의 일문일답.
 
-홈 구장 캠튼야드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
▲구장이 크고 좋다는 것만 느꼈다.이후 해외에서 해야 할 것을 알아봤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캠튼야드가) 처음으로 계단식 불펜을 구축한 구장이라 하더라. 바(Bar)가 있어서 갔는데 베이브 루스 아버지가 운영했던 바라는 얘기도 들었다. 아무튼 시설적인 면에서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한다면.
▲ 그곳에서 뛴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다만 펜스가 조금 가깝다고 느껴졌다. 뒤에 건물도 있어 (구장이) 작아보이기도 했는데, 상대 투수들의 공이 더 빠르기 때문에 잘 될지는 모르겠다. 잠실(야구장)보다 다소 가까운 느낌이 있다. 내년 시즌 경기를 뛰면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등번호 25번을 고른 이유는.
▲등번호 50번은 달고 있는 선수가 있었다. 27번과 25번, 2개가 있었다. 27번을 달고 있었는데 강정호를 따라하는 것 같다고 에이전트가 말해줘 25번을 골랐다. 베리본즈의 번호라고 하더라.
 
-만나보고 싶은 투수는.
▲메이저리그의 모든 선수와 만나고 싶다. 1선발급 선수들을 다 만나보고 싶은데, 한 명을 꼽자면 보스턴 레드삭스의 프라이스다. 한국에서도 많이 봤던 투수고 좋은 투수로 알고 있다. 꼭 붙어보고 싶다.
 
-(메이저리그)데뷔 시즌 목표 성적은.
▲아직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주전 경쟁부터 이기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자신의 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크게 뛰어난 장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커트를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쉽게 헛스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진보다 볼넷이 많은 점이 미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비결은.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초구부터 치는 경향이 있어서 삼진이 적은 것 같다. 그래서 볼넷도 나오게 되는 것 같은데, 비결은 빠른 승부인 것 같다.
 
-메이저리그행을 결심한 계기는. 누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나.
▲리코스포츠에이전시와 현지 에이전트사인 WMG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사실 한국시리즈 우승 뒤에는 (해외 진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메이저리그에) 갈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부터 가겠다는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다. 일이 잘 돼 갈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 은퇴할 생각은 있나.
▲미국에서 잘 해 미국에서 은퇴하는 결과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유턴하게(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신고선수로 입단해 입지전적인 인물이 됐는데, 후배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좋은 지도자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쉽게 기회를 얻었다. 다양한 기술을 배우며 타격 소질도 많이 늘었다.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니 자기 마음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2군에 있다", "나는 연습생이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언제든지 1군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본다.
 
- 프라이스와 맞붙고 싶은 이유는. 패스트볼 대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프라이스는 매우 공격적이고 볼넷을 많이 주지 않는 투수라 맞붙고 싶다.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는 생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봐야 알 수 있다. 시범경기부터 많이 나가면서 최대한 빨리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헀는데, 기억나는 지도자는.
▲ 1군에서 뛰게 해주신 김경문 감독님이 가장 큰 은사님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 김광림 코치님도 1년 내내 붙잡고 연습을 시켜주셨다. 그리고 송재박 감독님, 김민호 코치님도 기억에 남는다. 김광림 코치님이 타격을 만들어주셨다면, 김민호 코치님은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게 수비를 가르쳐주셨다.
 
-볼티모어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길을 다니며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아서 좋았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밥을 먹어도 되는 것이 정말 좋았다. 한국 식당에 두 번 갔는데 식당 사장님이 '이민 오려면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
 
-덕아웃에서 수다를 떨지 못할 것 같다.
▲미국에 가면 조용히 있을 것이다. 말을 못하기에 통역 옆에 붙어 조용히 있겠다.(웃음)
 
-영어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류)현진이에게 저렴하게 배울 수 있나 물어보려 한다.(웃음)
 
-세부 계약조건을 공개할 수 있나.
▲계약은 전적으로 에이전트에 맡겼다. '700만달러'라는 말만 해줬다. 비밀이 많은 것 같다. (웃음) 몰라도 된다고 하는 게 너무 많다. 나도 뭔가 좀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볼티모어와 계약하는 것은 나도 가는 날에 알았다. 비행기가 워싱턴으로 가길래 워싱턴으로 가는 줄 알았다.(웃음)
 
(에이전트는 "2016년과 2017년에 볼티모어에서 뛴다. 2017 시즌이 끝나면 메이저리그 FA규정 20-B조항에 따라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고 취재진에게 부연설명했다.)
 
-박병호, 류현진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있나.
▲한국에 늦게 들어와서 따로 만나지 못했는데, 나가기 전에 (류)현진이에게 연락은 많이 했다. (박)병호 형은 (김)민성이 결혼식에서 봤다. 서로 안타 하나씩만 만들어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귀국하면서도 얘기했듯 경기는 우리 팀(볼티모어)이 이겼으면 좋겠다.
 
-낮선 환경에 익숙한 편인가.
▲익숙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응은 해야만 한다. 먹는 것을 걱정하실 수도 있는데, 나는 알러지만 없으면 다 먹는다. 그런 부분은 걱정 없다.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다음 시즌 KBO리그는 어떤 팀이 강할까.
▲두산이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NC가 제일 강한 것 같다. 한화나 롯데도 좋아졌기 때문에 어느 팀이 우승할지 모르겠다. 10개 팀 모두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다.
 
-2년 계약은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다시 FA가 되는 2년 뒤쯤엔 어느 정도 성적을 생각하고 있나. 류현진과 강정호가 첫 해에 경기 외적으로도 적응을 잘 했는데, 동료들과 잘 어울리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FA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 당장 다음 시즌 성적도 알 수 없는데 그건(FA와 관련된 생각)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성적보다는 팀에 잘 융화되고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먼저 말을 걸어주는 선수가 있다면 통역을 통해서 대화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서 잘 노는 성격이라 적응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한국으로 오면 실패라고 했는데, 각오는.
▲돌아오게 된다면 미국에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뜻이니 실패라 생각한다. 계약할 때 (강)정호 생각이 많이 났다. 정호가 다진 기반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하고 싶다. 특출나진 않더라도 기본은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결혼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혼 후 생활은.
▲결혼할 여자친구가 (대중에게)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신문에 김모 양이라고 보도가 됐는데, 김모 양이 아니라 박모 양이다. 성을 바꿔서 크게 당황했다. 스튜어디스라 나왔는데 스튜어디스도 하지 않고 있다. 6년 열애 후 결혼하게 됐는데, 큰 계획은 없고 잘 살겠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김모 양이 아니라 박모 양이다.(웃음)
 
- 구단 관계자 중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나.
▲댄 듀켓 단장을 만났고, 계속 함께 다닌 분도 있었는데 영어를 잘 듣지 못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성격이 좋아 다른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애덤 존스와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존의 차이가 어떻게 작용할 것 같나.
▲바깥쪽 공에 후하다고 하는데, 그만큼 몸쪽 공에 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트라이크존에는 적응해야 한다. 말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심판이 콜을 하면 비슷한 코스는 치겠다.
 
-앞으로 계획은.
▲어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비자가 나오면 시차적응도 할 수 있게 바로 미국에 건너가 운동할 계획이다.
 
-선호하는 타순은.
▲없다. 경기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 베어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시즌 전 공약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많은 응원 해주셔서 감사하다. 준우승을 3번 하면서 역적이 됐는데 끝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우승을 하고 가게 되어 좋다. 이 기운을 담아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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