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스토리)축구 변방 중국, 성장의 기지개를 펴다
'추미(球迷·축구팬)' 시진핑 전폭 지원…알리바바·러스왕·완다 '차이나머니' 공습
2016-01-05 15:18:33 2016-01-05 15:18:47
작년 10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행보 중 눈에 띄는 일정이 있었다. 중동의 석유재벌 셰이크 만수르가 투자한 후 영국의 명문 구단으로 거듭난 맨체스터시티를 찾은 것이다.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우승, 월드컵 개최가 소원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축구를 좋아하는 시 주석을 고려한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개인적 취향에 국한된 행사가 아니었다. 축구를 중심으로 중국 스포츠 산업을 발전시켜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야심이 숨어있었다. 실제로 시 주석이 맨시티를 다녀간 지 약 한 달만에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 시틱(CITIC)캐피털 등 컨소시엄은 맨시티 모기업 시티풋볼그룹(CFG) 지분 13%를 4억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안팍에서 축구 시장을 향한 차이나 머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10월 영국 국빈방문 기간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 '맨체스터시티'를 찾았다. 사진은 맨시티 세르히오 아구에로 선수가 시진핑(왼쪽), 데이비드 캐머런(우) 영국 총리와 찍은 셀카. 사진/뉴시스·AP
 
중국은 줄곧 세계 축구의 변방으로 여겨져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산정하는 순위를 보더라도 전체 209개국 중 84위다. 경제력과 군사력 측면에서 미국에 필적할 만큼 강대국으로 성장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의 축구 사랑은 다른 나라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왠만한 국가의 인구 수를 훌쩍 뛰어넘는 3억여명의 열광적인 축구팬이 있고, 1994년 창설된 프로축구 리그는 23년째 성행 중이다. 그 중 16팀이 참여하는 최상위 리그 '슈퍼리그'는 출범 10년 만인 지난 2004년 리그 운영 매출이 4억위안(약 717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관객은 2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3억명 축구팬 등에 엎고 본격 성장 시동
 
이 같은 축구 시장의 확대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개인 소득 증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의 1인당 GDP는 지난해 기준 8154달러, 약 5만4000위안으로 집계됐다. 10년만에 세 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생활에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문화·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지출을 늘렸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일상생활에서 쉽고 체계적으로 운동 관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한 것도 이 같은 추세를 뒷받침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Wind와 유안타증권 등에 따르면 2014년 중국 도시주민의 1인당 교육·문화·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지출은 2000위안을 소폭 웃돌았다. 20년 전 300위안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중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중국국가체육총국에 따르면 2013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스포츠산업 비율은 0.61%다. 같은 기간 미국(2.80%), 일본(2.54%), EU(2.49%)와 비교하면 4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역으로 생각하면 성장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류펑 중국체육총국 국장이 중국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스포츠 산업은 2배 이상 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언급한 것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서비스형 경제 전환 구심점…정부도 적극적
 
중국 정부의 태도도 매우 적극적이다.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 전환하려는 계획에 대표적인 소비형 업종인 스포츠 산업을 앞세우고 있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산업을 앞세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축구에 대한 산업화 지원 방안이 두드러진다. 중국 국무원이 2014년 10월 발표한 '스포츠 산업 발전 가속화 및 스포츠 소비 촉진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을 통해 불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이었던 기존의 스포츠 환경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인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중국 내 스포츠 경기는 정부 주도하에 행정기관이 관리하고 국유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중국 체육 행정을 총괄하는 '국가체육총국'이 경기 주최를 담당했으며 민영 기업의 입지는 좁았다. 프로축구의 경우를 보면, 중국프로축구협회 산하의 중국축구협회 프로리그유한회사에서 경기 운영을 담당했다.
 
의견은 시장체제를 통해 경기 운영에 대한 사회자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 프로리그 발전을 지향했다. 상업성·대중성 스포츠 경기 활동에 대한 심사를 폐지하고 스포츠 산업 관련 협회와 행정기관과의 분리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스포츠 관련 사회 단체가 개입할 여지를 넓히겠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중국 스포츠 산업 시장 규모를 5조위안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중국 스포츠 산업이 시장화의 개로운 개혁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오름 셈이다.
 
뒤이어 중국 정부는 '중국 축구개혁 종합방안', '중국 축구개혁 방안 50개조', '중국 축구개혁 영도 소조 건립' 등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연이어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축구협회 조정개혁방안'을 통해 축구협회를 국가체육총국에서 분리해 비정부기구로 전환함을 알렸다. 협회에 행정권, 인사권, 재정 집행권 등을 부여해 관련 산업의 자율적인 발전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협회 내 경제, 법률 분야 민간 전문가 비중이 확대되고 프로축구 전반의 서비스와 광고, 마케팅 등 파생 시장도 커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축구협회 독립 운영을 기점으로 미국처럼 프로 스포츠의 상업적·경제적 가치 창출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에는 유소년 축구 인재 양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발표했다. 2017년까지 전국적으로 2만여개의 초·중·고등학교를 축구 특색학교로 선정하고 200여개 대학 축구팀을 창단키로 한 것이다. 축구와 골프 등 전략 종목을 학교 체육에 편입하고 체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알리바바·러스·완다 등 기업 투자 줄이어
 
축구를 포함해 스포츠 산업에 대한 거대한 성장 잠재력이 부각됨에 따라 민간 기업의 투자도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안팍을 가리지 않고 투자에 나서고 있는 중국 기업의 대표 주자는 알리바바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알리바바가 스포츠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2014년 6월이다. 2011년부터 슈퍼리그의 우승을 독점하고 있는 프로구단 광저우헝다의 지분 50%를 12억위안에 매입한 것이다.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의 이름을 더해 광저우 헝다 타오바오로 재단장 한지 1년이 지나서는 중소기업 전용 장외시장인 '신삼판'에 상장했다. 아시아 축구 클럽 중에서는 처음이다.
 
알리바바의 인터넷 연결 자동차 자회사 'E-오토'는 지난달 국제축구연맹(FIFA)과 8년간 클럽월드컵 공식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클럽월드컵에서 광저우 헝다타오바오와 멕시코 클럽아메리카의 8강전을 관람하는 중국 응원단의 모습. 사진/로이터
 
프로구단 대주주로 스포츠 시장을 탐색한 알리바바는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2015년 9월 마윈 회장이 만든 사모펀드 윈펑캐피털이 인터넷 포털 시나닷컴과 합작해 '알리스포츠그룹'을 설립했다. 최고경영자(CEO)로는 상하이미디어그룹(SMG) 출신의 장다중을 영입했다.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기반으로 스포츠 미디어, 저작권, 행사, 티켓판매 등 관련 사업에서의 시너지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사업으로는 미국 서부지역 대학농구리그 'Pac-12'의 2년 중국 독점 중계권을 선택했다. 지난달에는 인터넷 연결 자동차 자회사인 'E-오토'가 FIFA와 8년간 클럽 월드컵 공식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알리바바는 매년 열리는 클럽 월드컵의 결승전과 리그전의 MVP상을 수여하게 된다.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러스왕'은 알리바바의 뒤를 무섭게 쫓고 있다. 작년 9월 스포츠 중계업체 러스스포츠 설립해 스포츠 미디어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향후 3년간 프리미어리그 홍콩지역 방영권을 4억달러에 확보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새해들어서는 2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이징 연고 축구팀 '베이징궈안'의 지분 50%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러스의 인수 가격을 20억위안 정도로 추산했다. 
 
부동산 재벌에서 종합문화미디어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완다그룹도 빼놓을 수 없다. 축구 애호가로 중국 프로축구 출범에도 적지않은 기여를 했지만 고질적인 부정과 비리에 실망해 지금은 주로 해외에서 시장 기회를 찾고 있다. 완다는 지난해 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지분 20%를 4500만유로에 매입한 데 이어 월드컵 축구 중계권 독점판매업체인 스위스 인프런트 지분 68%도 사들였다. 철인3종경기를 주최하는 세계트라이애슬론사 지분 전부를 6억5000만달러에 인수해 축구 이외의 스포츠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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