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편성을 하지 않은 교육감을 법적·행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도교육감들은 6일 정부에 긴급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육청들은 교육부와 성실하게 협의해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고발을 운운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다"며 지적했다.
이어 협의회는 "정부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언론을 통해 교육청을 압박하는 것으로 일관해 왔다"며 "대책 없이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연석회의를 통해,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오는 10일 이전에 국회에서 개최할 것을 국회에 제안했다.
이들은 또 이를 바탕으로 오는 15일 이전에 여·야당 대표, 기획재정부와 교육부 장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개최해 해결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교육감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보육대란으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충정으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여·야당과 정부대표가 참여하는 긴급회의 개최와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제안한 바 있다. 매번 거절당했던 만큼 이번에 제안한 긴급회의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시도교육감들은 전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 담화문' 발표에 대해 "낱낱이 그 사실관계를 밝히고, 정부가 어떻게 국민을 속이고 있는지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고 시도교육청에는 불법과 공교육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지난 2011년 5월 보육·교육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을 국가가 책임지되, 그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하기로 시·도교육감들과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협의회는 "이는 명백한 사실관계의 왜곡"이라며 "정부에서는 지난 2011년 5월 '만5세 공통과정 도입 추진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후 지난 2012년 누리과정 사업 도입 당시 시·도 교육감들과 협의 없이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만의 협의로 누리과정을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또 최 부총리는 "지난 2012년부터 누리과정비를 문제없이 편성해 오다가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 이후부터 갑자기 거부하고 있으며,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는 것은 교육감 본연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불합리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도교육감들은 "2012년부터 누리과정 사업을 위해서는 별도의 재원이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그러나 정부에서는 시·도교육감들의 이러한 요구를 무시한 채 시도교육청에게 그 의무를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지난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자 누리과정비 미편성을 진보교육감들의 잘못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2016년 전국 시·도교육청 누리과정비 편성 현황을 보면 어느 교육청도 누리과정비 전액을 편성한 곳은 없다. 이는 진보·보수 교육감들의 성향 차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도교육청들의 재정상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가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왜곡이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 상당을 국가에서 교육청에 지원해 주는 것은 국가재원에 해당되므로, 국가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시도교육감들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법률에 근거해 내국세의 일정비율(20.27%)로 정한 것은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것임에도, 지난 2010년 이후 교부금 교부비율은 20.27%로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교부율 인상 없이 4조원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누리과정 사업을 지방교육재정으로 전가시킴으로써 초·중등 교육의 황폐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에서는 "시·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협의회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근거, 보육은 교육감의 관장사무가 아니며, 법률의 침해소지가 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을 이유로 직무유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률에 근거하여 직무를 수행해야 할 시·도교육감들에게 정부에서 불법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6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조8000억원 증가, 지자체 전입금 1조원 증가 등을 이유로 교육감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비를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시도교육감들은 "2016년도 시·도교육청의 인건비 자연증가분은 1조2000억원이며, 지방채 원리금 상환액 또한 4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6년도에 교부금 1조8000억원 증가분으로는 인건비 자연증가분과 지방채 원리금 상환액을 충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교육감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전국시도교육감들이 정부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시 강력 대처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장휘국 광주시 교육감, 이청연 인천시 교육감,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사진/서울시교육청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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