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비롯해 가전이 주연이었던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스마트폰 신작들이 대거 쏟아졌다. 세계 최대 이동통신 축제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를 연상케 할 정도다.
특히 지난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저가의 보급형이 대세로 자리했다. 시장의 수요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흐름이란 분석이다. 매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리는 CES는 한 해의 시장 흐름을 예측하는 동시에 북미 바이어들을 접하는 영업 전장이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후발주자들의 반격도 거세졌다. 고가의 플래그십 시장은 이미 애플과 삼성이 양분한 터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보급형 시장에서의 승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LG전자와 중화권 업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주도권 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졌다.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K시리즈. 사진/임애신 기자
LG전자는 'K7', 'K10' 등 K시리즈를 꺼내들었다. 지난해에 비해 보급형 제품군 공개를 두 달 앞당겼다. 그만큼 상황이 절박해졌다. K시리즈에는 그간 보급형 제품군에서 채택하지 않았던 고성능 카메라와 프리미엄 사용자경험(UX)을 과감히 도입했다. 다른 보급형 라인업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다.
또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던 인셀 터치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인셀 터치 방식은 터치센서를 액정표시장치(LCD)와 통합해 더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구현한 기술로, 선명한 화면과 빠른 터치 반응속도를 맛볼 수 있다.
K시리즈는 이와 함께 LCD 디스플레이 양 측면과 상하면 등 가장자리를 2.5D 곡면으로 둥글게 처리해 입체감을 높였다. 아울러 '제스처샷', 제스처 인터벌샷', '플래시 포 셀피' 등 G시리즈의 대표 UX를 두루 적용했다. K10은 최대 800만 화소, K7은 5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를 탑재했다. K10 롱텀에볼루션(LTE) 버전은 1300만 화소의 후면 카메라를 장착해 프리미엄 제품에서나 즐길 수 있는 카메라 성능을 구현했다.
레노버의 '바이브S1 라이트'. 사진/ 레노버
대만의 레노버는 '바이브S1 라이트'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웠다. 20만원대의 보급형 제품이다.
특히 셀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전면 카메라에 이미지 왜곡을 방지하는 5개의 렌즈를 장착했으며, 셀피 플래시, 파노라마 셀피 기능 등을 탑재했다. 전면은 800만, 후면은 1500만 화소를 자랑한다. 후면은 단계 감지 자동초점(PDAF)과 듀얼 발광다이오드(LED) 색온도(CCT) 후면 플래시를 추가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항상 선명한 색상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5인치의 대화면 바이브S1은 풀HD 디스플레이와 64비트 MTK 6753 옥타코어 1.3 GHz 프로세서, 2700mAh 용량의 배터리, 16GB의 기본 내장 메모리와 함께 마이크로SD 슬롯을 통한 최대 32GB의 확장 메모리 등을 지원한다.
하이얼도 중저가 스마트폰 'V4', 'V5', 'L56'를 전시했다. 가격은 미화로 각각 400달러, 600달러, 300달러다.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8'의 원형 지문인식 센서. 사진/ 화웨이
지난 CES에서 얼굴을 내비친 폴라로이드 스마트폰도 올해 출석 도장을 찍었다. 5인치, 5.5인치, 6인치 저가형 스마트폰 3종을 전시했다. 가격은 145달러부터 250달러까지 형성됐다. 폴라로이드 관계자는 "애플처럼 제조는 중국에서, 판매는 북미 지역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내놓으며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전 세계 언론을 대상으로 프레스 컨퍼런스를 열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8'을 전격 공개했다. 6인치 풀HD 디스플레이에, 2.5D 곡면 강화유리와 항공기에 사용되는 아노다이즈드 알루미늄을 적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메이트8에는 화웨이의 최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950'이 최초로 탑재됐다. 이전 프로세서 대비 중앙처리장치(CPU)는 100%, 그래픽처리장치(GPU)는 125% 향상됐다. 또 전면 800만, 후면 1600만 화소의 카메라가 탑제됐으며 지문인식을 지원한다. 4000mAh의 고밀도 배터리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36일 사용을 가능케 한다.
그동안 CES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파생 라인업을 발표한 소니는 올해도 신작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CES와 MWC가 불과 한 달 여밖에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가전과 모바일을 모두 다루는 기업의 경우 CES에서는 가전에 주력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업체들이 스마트폰부터 TV, 냉장고, 세탁기까지 전방위적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이번 CES에서 중저가 위주로 신작을 많이 공개했다"고 말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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