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이 전자·IT, 자동차 등 업종을 넘나드는 '합종연횡'의 장으로 비화됐다. 전통적 업종 구분이 의미없을 정도로 현실은 융합으로 귀결됐다. 또 이해도를 높이고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기 위해 경쟁사와 손을 잡는 등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합종연횡의 목표는 '스마트 연동 기술'
첫 신호탄은 포드와 아마존이 쏘아올렸다. 두 회사는 파트너십을 통해 '스마트카-스마트홈' 연동기술을 개발하기로 했다. 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싱크(SYNC)' 3세대 버전과 아마존 사물인터넷(IoT) 기기인 '에코(echo)'를 연결해 스마트홈을 구축한다.
이번 협업으로 집 안에서도 음성인식 기술 알렉사와 연동되는 핸즈프리 스피커 에코를 통해 연료 상태, 주행 가능 거리, 주차 위치 등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시동을 켜고 끄거나 문을 잠그는 일도 가능하며, 전기차 배터리 충전상태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포드는 싱크를 중심으로 미래 커넥티비티(연결)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싱크는 2세대까지 개발된 상태며, 포드는 2017년까지 3세대 싱크 개발을 완료하고 모든 차량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질세라, LG전자와 폭스바겐도 동맹에 뛰어들었다. 양사는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스마트카를 개발한다. 헤르베이트 디이스 폭스바겐 CEO는 5일(현지시간) 기조연설에서 전기 콘셉트카 'BUDD-e'를 소개하면서 차량과 스마트홈 연동을 위한 LG전자와의 협력 사실도 공개했다.이날 최성호 LG전자 클라우드센터장(전무)은 기조연설장에 깜짝 나타나 "진정한 IoT 세계를 만들려면 업체 간 장벽을 없애고 협력해야 한다”며 “폭스바겐은 LG의 혁신을 공유할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CES2016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자리한 폭스바겐 전시장에 LG전자에 대한 언급이 돼있다. 사진/김민성기자
양사는 스마트홈 연동 시나리오를 차량으로 확대해 차량에서도 자유롭게 스마트가전 기기를 제어하고 보안(Security) 서비스를 활용할 예정이다. 시스템이 도입되면 차량 내에서 운전자가 집에 도착하기 전 집 안 온도 조절, 조명 제어, 세탁기 작동 등이 가능해진다. 폭스바겐은 집뿐만 아니라 차와 사무실, 차와 운전자가 이동하는 어떤 공간으로도 사물인터넷의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추세는 CES 개막 전부터 조짐을 보였다. 지난해 말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통해 차량과 스마트홈 연동에 시동을 걸었다. 스마트싱스 역시 차량 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집 근처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는 퀄컴, 파나소닉 등 IT업계 부스에서 콘셉트카를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다"며 "스마트 시대에는 업종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 시대, 동맹은 '필수'
스마트카 핵심부품 개발 단계에서 두 업계의 동맹은 필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LG전자가 메르세데스 벤츠, GM 등 완성차 업체와 스마트카 부품 공동개발을 추진해 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어진다. 구본준 LG 부회장은 6일(현지시간) 메리 바라 GM CEO 기조연설에 참석한 데 이어 LG전자 미팅룸에서 포드 임원과 만나 향후 추진 가능한 공동사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합종연횡이 활발해진 또 다른 이유는 스마트홈 시스템 연동에 대한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다. 미국의 퀄컴이 선발주자로 나서 만든 동맹이 올신얼라이언스(All Seen Alliance)다. 여기에는 경쟁업체인 LG전자,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파나소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은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IC)라는 동맹을 통해 퀄컴에 맞서고 있다. 유럽 가전·조명업체인 밀레와 필립스, 오스람 등이 구성한 키비콘(QIVICON)도 스마트홈 동맹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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