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상반기 휘발유수출 80%↑, 수출효자 귀환?
"과잉물량 밀어내기" vs. "수출선 다변화" 평가 엇갈려
2009-08-24 17:45:36 2009-08-24 20:53:48
[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석유제품 수출이 부진의 늪을 헤어나오고 있지 못한 가운데 휘발유만은 수출물량이 큰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대한석유협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휘발유 수출물량은 1832만9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0.6%나 급증했다.
 
올 상반기 석유제품 전체 수출물량이 9.75% 증가하는 데 그쳤던 것에 비하면 거의 8배에 가까운 증가폭이다.
 
이에 대해 백영찬 SK증권 정유화학 담당 과장은 “지난해 6월부터 SK에너지의 신규고도화시설인 FCC(중질유분해시설)가 가동을 시작해 휘발유 제품을 쏟아내면서 휘발유 물량이 대폭 늘어났고 이것이 수출물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정유업체의 휘발유 생산량은 신규 정제 물량 증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9.3% 늘어난 5027만8000배럴에 달했다. 이는 3161만2000배럴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보다 4.5% 늘어나는 데 그친 국내 휘발유 소비량 증가폭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이렇듯 1년 만에 생산물량은 대폭 늘어난 반면 내수 시장 소비 증가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자, 어느때보다 많은 잉여물량을 해외시장으로 내보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주로 산업용, 발전용으로 쓰이는 경유 수요는 감소한 반면 운송용으로 쓰이는 휘발유 사용량은 경기에 크게 좌우되지 않아 수출이 많이 늘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출물량 80% 증가'라는 수치를 수치 그대로 긍정적 평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정유업계의 한 전문가는 “물량은 늘었지만 수출액은 11억2394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7.9% 감소했고, 각사의 영업이익 역시 줄어들었다”며 “이번 물량 증가는 국내 정유업체들이 대내외 경제여건을 고려하지 않은채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시설을 늘리는 바람에 넘쳐나는 휘발유를 어쩔 수 없이 싼값에 수출로 밀어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물량 증가는 착시일뿐 그 내부에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처치곤란’과 '정제마진 악화'라는 속사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단 수출물량을 늘려 수출 시장을 더 넓힌 자체가 의미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난해 전체 석유제품 수출량의 2.3%를 차지하는데 그쳤던 네덜란드로의 석유제품 수출량이 올 상반기에는 휘발유 수출물량 증가에 힘입어 11.3%까지 늘어나며, 수출시장이 유럽을 중심으로 다변화된 바 있다.
 
백영찬 과장은 “제품 단가는 어차피 국제 유가에 연동되는 것이므로 수출액 감소는 우리 업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모두 공유하는 문제”라며 “인도 릴라이어스사 등 아시아 역내에서 경쟁업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물량을 늘려 네덜란드, 남미, 유럽 등지까지 수출선을 다변화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장기적으로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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