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으로 위기 타개한 이병헌
2016-01-13 15:07:03 2016-01-13 15:07:18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300만 관객만 넘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11월 영화 '내부자들'이 개봉하기 전 영화 관계자들은 누적관객수 300만을 목표로 정했다. 비록 영화가 뛰어나다는 내부평가가 있었지만, 주연 배우인 이병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심각하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논란의 대상이었던 이병헌의 입장도 마찬가지였다.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200만에서 300만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신에 대한 여론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공식석상에서 웃긴 상황이 벌어져도 대중에게 좋지 않게 비춰질까하는 두려움에 웃음을 꾹 참았다. 대중의 반응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 답했다. 개봉 전까지 이병헌에게 심적인 여유는 전혀 없어보였다.
 
배우 이병헌. 사진/쇼박스
 
이병헌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의 걱정과는 달리 영화는 개봉 후 큰 호평을 받았고, 역대 '청불' 영화 최고 기록('친구' 누적관객수 818만)마저 깼다. 본편보다 50분이 늘어난 감독판 '내부자들:디 오리지널'까지 162만 관객(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돌파하며, 본편과 합친 총 누적 관객수는 866만을 기록했다.
 
영화가 흥행하며 이병헌에 대한 여론도 크게 바뀌었다. 개봉 전 각종 온라인게시판에서는 "이병헌이 나오면 안 본다"는 댓글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개봉 후에는 "이병헌 연기력만큼은 인정", "다신 실수하지 말고 좋은 연기력을 보여달라"는 등의 호의적인 의견으로 바뀌었다.
 
아직까지 그에 대한 반감이 모두 사라졌다고 하기엔 이르지만, 상당한 변화가 있음은 감지된다. 최근 '내부자들' 관객들과 허그 행사를 진행한 점도 그 반증이다. 도저히 옹호해 줄 수 없는 사생활 논란을 일으킨 이병헌은 단지 연기력만으로 위기를 타개하는 데 성공했다.
 
위기 극복의 바탕은 이병헌의 철저한 노력이었다. 상대 배우였던 조승우가 "그만 좀 하라"고 할 정도로 매 신 연기가 끝날 때마다 모니터링을 하며 우민호 감독과 상의했다. 화제가 된 대사인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 역시 그의 아이디어였으며, 큰 웃음을 선사한 모텔신에서 화장실을 유리벽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것도 이병헌이었다. 논란이 가장 극심했을 때 '내부자들' 촬영이 진행됐지만 이병헌은 작품과 자신의 연기력을 드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결국 이제껏 보지 못했던 정치 깡패 안상구가 탄생했다.
 
이병헌은 2016년에도 여전히 바쁘다. 헐리우드 영화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강동원, 김우빈과 함께 출연을 결정한 한국영화 '마스터' 촬영도 앞두고 있다.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이병헌은 현재의 기세를 몰아 논란 이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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