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이 부실 리스크가 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돈줄을 조이는 대신 우량한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 대출과 기업 대출의 중간 성격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효율적인데다 대기업 대출보다 상대적으로 담보가 확실하다는 이점이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은행들은 기업부문 주요 추진과제에 개인사업자 고객 유치를 포함시키는가 하면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관련 사업 비중을 높이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의 중간지대에 있는 성격으로 연체율이 낮은 편이라 늘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담보가 제대로 갖춰졌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적다"며 "대기업 비중이 많은 사업 포트폴리오 조절 차원에서 아직까지 조금 더 늘려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 가운데 부동산·임대사업자 대출은 기업 대출로 분류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은행들은 개인사업자를 겨냥한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은 최근 무담보·무보증 '사업자우대 신용대출' 출시했다. 이 상품은 신용카드 가맹점주인 개인사업자들이 담보나 보증인 필요 없이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수수료 및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혜택도 제공한다.
기업은행(024110)은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전용 입출식 예금상품인 'IBK평생주거래기업통장'을 출시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 모두 연말 은행의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의 부채비율 관리 등으로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개인사업자 대출은 계속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기업 대출은 지난 달보다 9조9000억원 감소한 724조원10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이중 대기업 대출은 5조6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4조3000억원 줄었으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1조2000억원 늘었다.
반면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이 본격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의 대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심사는 더욱 깐깐해진 분위기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추가 대기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19개사로, 상반기 평가 때 선정된 35곳을 합하면 총 54곳이 구조조정 리스트에 올랐다. 중소기업은 175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돼 총 229곳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특히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이들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내몰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부실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발을 빼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이나 STX조선해양 등에서 시중은행들이 채권단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선업종 뿐만 아니라 경기 전망 자체가 밝지 못한데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기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취약업종인 건설 부문도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보니 은행들이 한도를 낮춰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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