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으로 탈당파 의원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5개월가량 남은 19대 국회가 '3개 원내교섭단체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0일 국민의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적대적 공존의 양당체제 하에서 민주정치의 기본이 부실해졌다"며 양당 중심의 정치 지형 타파를 창당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안 의원 탈당 이후 더민주를 떠난 현역 의원은 13일 현재 총 14명으로 대부분 국민의당 합류 뜻을 밝히고 있고, 이 흐름이 이어지면 내주 쯤 이 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20명 이상)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탈당파 의원들이 안 의원의 비판 대상이었던 지역주의 정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따르면서 안 의원 스스로 "교섭단체 구성이 제1의 목표는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원내 입지 확보와 정당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교섭단체 구성이 더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으로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교섭단체인 제3당이 출현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물론, 그에 앞서 오는 5월29일 임기가 끝나는 19대 국회의 남은 기간도 3개 교섭단체 체제로 운영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사무처는 교섭단체 변동 상황에 대비해 최근 상임위원회 사보임 현황과 정당보조금 배분 등과 관련된 업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야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원내 교섭단체가 만들어지면 협상 파트너가 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것 같다"며 "사안 별로는 차별화가 있겠지만 상당히 선명 경쟁으로 들어가지 않겠나 하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법안 처리를 위한 활동이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여당으로서는 노동관계 5법과 경제관련 법안 등 야당과 시급히 협의할 안건이 많아 '3개 교섭단체 체제'가 실질적으로 가동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회에 3개의 교섭단체가 있던 가장 최근의 예는 2007년으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중도개혁통합신당추진모임(열린우리당 탈당파 모임)이 있었다.
교섭단체는 본회의 등 국회 의사일정 작성, 정책연구위원 등 원내활동 지원, 각종 특별위원회 및 상임위원회 배정 등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법에 따라 한 상임위원회의 교섭단체별 간사가 3명으로 늘어나는 것도 변화되는 국회 풍경 중 하나다.
3개 교섭단체 체제가 어떨지에 대한 관측은 다소 엇갈린다.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법안에 있어서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국회선진화법 하에서 협상 창구가 많아지면서 입법 마비상태가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반면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안철수신당이 몇 석을 얻느냐와 무관하게 국민들 사이에서는 3당 구도 하에서 제3자가 조율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심리가 형성된 것 같다"며 "(선진화법 하에서도) 캐스팅보트로서 협상의 공간을 넓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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