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국내 최대 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 이전을 놓고 수협과 시장 상인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늘까지 기존 시장 바로 옆에 위치한 신축 건물로 이전작업이 완료돼야 했지만 양측의 이견 탓에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노량진수산시장 신축건물은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로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에 따라 국고와 어업인 출자금 등 총 5200억원이 투입돼 지난해 10월 완공됐다. 기존 시장에 비해 주차시설이나 식당 등 지원시설 등이 한층 개선됐다. 국내 소비자들과 연 평균 2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노량진수산시장 신축건물의 모습. 사진/수협.
하지만 매장 면적과 임대료 등을 놓고 수협과 상인회 측의 주장이 엇갈리면서 이전이 무한정 지연되고 있다.
상인회 측에서는 신축건물로 이전할 경우 기존 매장 면적에 비해 많게는 3분의1까지 공간이 줄어들고 비용은 3배 이상 증가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한다.
노량진수산시장 한 상인은 "새 건물로 들어가면 공간이 좁아서 기존 시설을 그대로 다 가지고 갈 수 없고 작업공간도 부족하다"며 "이럴 바에는 기존 시장을 리모델링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협 측은 매장 면적과 임대료 등 문제는 이미 상인회 측과 수십 차례 협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으로 지난해 입주조건 합의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수협 관계자는 "기존 시장과 신축건물의 매장 면적은 5㎡(1.5평)로 동일하다"며 "다만 현재는 상인들이 고객 통로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실제 사용공간이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료 또한 상인회 주장만큼 급격하게 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협에 따르면 현재 임대료는 임차보증금과 매달 내는 임대료로 구성돼 있으며 매장 위치에 따라 A에서 F등급까지 세분화돼 있다. 등급에 따라 임차보증금 납입액이 크면 임대료가 낮게 책정되고 임차보증금액이 적으면 임대료가 높게 책정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월 임대료는 월 최저 27만원에서 50만원대까지 분포돼 있으며 평균 30만원 안팎 수준이라는 게 수협의 계산이다.
반면, 신축건물에서는 보증금 납입액을 일원화하고 임대료도 단일화 하기로 했다. 가장 위치가 좋은 매장의 경우 월 임대료는 71만원으로 사전에 상인회 측과 합의됐다는 것이 수협의 주장이다. 임대료 인상과 관련해 지난해 3월부터 7월말까지 수십차례 협의를 진행했고, 상인회 측에서도 임시총회를 열어 각 회원들의 의결을 거쳐 합의서를 체결했다는 것이다.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의 매장별 연평균 매출액은 2억원 수준으로 많은 곳은 2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래시장의 특성 상 현금 거래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매출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당초 계획보다 이전이 지연되면서 상인들을 포함해 시장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찬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시장 상인 680명을 포함해 노량진수산시장에는 3000명이 일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A식당 사장은 "시장에서 식당을 하는 사람들은 죄다 이전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어둡고 오래된 반지하 보다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식당이 손님들에게도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어민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21일 전국 92명의 전국수협조합장은 어업인을 대표해 '노량진수산시장 판매상인은 서울시민과 어민들을 위한 공영중앙도매시장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수협조합장들은 "판매상인 한 사람이 연간 300만원에서 80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면서 한해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독점 상권을 독차지하는 특혜를 누리면서도 마치 사회적 약자인 것처럼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입주거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내 최대 수산물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수산시장 이전을 놓고 수협과 시장 상인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최승근기자.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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