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 기자] "전세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많지만 어차피 전세는 가는(사라지는) 겁니다. 금리가 올라갈 일도 없는데 누가 전세를 하겠나요".
시장 전문가의 말도,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의 말도 아닙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한 말입니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는데요.
우리나라의 대통령께서 금리가 올라갈 일이 없다고 대국민 연설을 합니다. 이는 어떤 자신감일까요? 적어도 본인 집권기에는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뜻일까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금리인상 가능성이 없음을 확신한 것일까요? 혹시 금리를 꼭 올려야 하는 상횡이 되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현재 부동산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요소는 금리죠. 지난해 역대 최대 거래는 역대 가장 낮은 기준금리 영향이 가장 컸죠. 저금리에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게 된 것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 불안감은 최근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히죠. 여기서 다시 한번 말하자면 대통령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금리가 올라갈 일도 없는데"라고.
또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과거 전세는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지탄받은 적도 있지만 현재는 주택 소유주로 가는 징검다리로 평가받고 있죠.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날수록 주택구입의 종잣돈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월세는 가처분소득을 끌어내리죠. 소득이 적으면 적을수록 본인 수입에 비해 많은 비중의 월세를 내죠. 사라지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라진 이후를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최대한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대통령은 말합니다. "전세는 가는거고 누가 전세를 하겠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얘기는 뉴스테이로 넘어갑니다. 건설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고가의 월세주택이죠.
금리, 전세 얘기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소유에서 거주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에 기업형 임대주택이나 뉴스테이 같은거, 공공임대주택, 행복주택을 올해도 대폭 확충해 나갈 겁니다." 다음 날 국토교통부는 뉴스테이를 2배로 확대하는 업무보고를 내놨죠.
분명 과거와 현재의 주택 소유 의식은 다릅니다. '내집마련'이 꿈이었던 앞선 세대에 비해 현 세대는 소유에 대한 의식이 낮아졌죠. 하지만 전세와 월세의 선호도에 대한 의식마저 변화가 있었을까요? 세입자들은 전세를 원하고 있죠. 월세가 좋아서 사는게 아니고 전세가 없어 월세로 밀려난다는 말이 맞죠. 돈과 물건이 있다면 같은 집을 놓고 전세와 월세를 고민할 일이 있을까요?
TV를 켰던 국민의 절반이 봤다는 대국민 담화. 주택을 포함해 모든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의 전언. 부동산시장에 이런 말이 있는데요. '정책에 맞서지 마라'. 방향은 결정된 듯 합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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