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의 구조조정 한파가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팀이 지난 한 달 간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자산 상위 30대 기업집단의 인력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2014년 12월31일부터 2015년 9월30일까지 10대그룹에서만 6271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30대그룹 전체로 넓히면 4500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 5% 이상 대규모로 고용인원을 줄인 그룹도 2곳(동부·두산)이나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12월31일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10대그룹 143개 계열사의 총 임직원은 77만6256명이었다. 9달 뒤에는 76만9985명으로 6271명(0.81%)이 감소했다. 신규채용 인원을 감안하면 기존 퇴사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일자리가 가장 많이 준 곳은 삼성으로, 2963명(1.27%)이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났다. 이어 현대중공업(1766명, 4.41%), SK(1545명, 2.75%), 롯데(1489명, 2.46%), 포스코(1236명, 3.65%), 한화(710명, 2.11%), GS(297명, 1.61%)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는 2398명(1.57%) 늘어 10대그룹 중 고용 순증이 가장 높았다. LG(1195명, 0.97%), 한진(142명, 0.56%)도 인원이 늘었다.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이 고용 확대에 나서기는 했으나, 삼성을 비롯해 10대그룹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감원에 돌입하면서 정부와 재계가 약속한 일자리 늘리기는 사실상 무위로 끝났다.
자산 11위부터 30위 그룹 중에서는 두산(1380명, 6.42%), 동부(816명, 7.28%), 동국제강(80명, 2.12%), 미래에셋(40명, 1.16%) 등 4곳이 인원을 줄였다. 특히 두산과 동부는 퇴직 인원이 전체의 5%를 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는 모양새였다. 지난해 말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신입사원을 포함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 기업 부실의 책임을 직원에 떠넘긴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계열사 매각과 분리 등이 있었다"며 "실제 회사를 떠난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해명했다.
두산 등 4개 그룹을 제외한 15개 그룹(정기공시를 하지 않는 부영 제외)은 고용인원이 늘었다. 신세계가 965명(2.35%) 늘린 것을 비롯해 효성(707명, 4.43%), CJ(652명, 3.50%), 금호아시아나(531명, 3.25%), 현대백화점(405명, 4.82%), 대림(159명, 2.34%), KCC(141명, 2.88%), 영풍(119명, 3.26%) 등도 100명 이상 고용인원이 증가했다.
30대그룹 전체로 보면 지난해 9개월 동안 삼성과 현대중공업, SK, 롯데 등 11개 그룹에서 1만2322개의 일자리가 줄었고, 현대차, LG, 신세계, 효성 등 20개 그룹에서는 7822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30대그룹 252개 계열사의 총 고용인원(계약직 포함)은 102만1205명으로, 2014년 12월31일 기준 102만5705명보다 0.44% 감소했다. 단순 숫자상으로는 감원을 단행한 기업보다 고용 확대를 택한 곳이 2배 많았지만 10대그룹의 일자리 감소 폭이 워낙 커 전체 근로자 수는 줄어들었다.
이는 지난해 초 재계가 스스로 공언한 일자리 늘리기 약속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지난해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30대그룹으로부터 집계·발표한 신규 고용계획은 12만1801명으로, 이에 따른 총 근로자 수는 118만651명이었다. 당시 전경련은 "경제상황을 고려해 신규채용이 2014년도보다 6.3% 줄었다"면서도 "총 근로자 수는 전년보다 1% 오른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집계 가능한 30대그룹의 총 근로자 수는 지난해 초 목표한 118만651명보다 15만9446명 적어 고용계획 이행률은 86.5%에 그쳤다. 특히 각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고용을 5000명 가까이 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30대그룹(공시대상 제외 계열사 포함)의 고용계획 이행률은 애초 계획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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