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정부가 600만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총량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로드맵이 불분명해 정책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20일 국민행복 분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노동시장 개혁과 청년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올해 정책목표와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이 중 핵심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노동개혁이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에는 파견법 개정 외에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계획 수립’이 포함됐다.
먼저 비정규직 정책목표와 성과지표를 개발해 상시 관리하는 ‘비정규직 목표관리 로드맵’ 마련은 올 상반기 연구용역을 통한 기초연구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각계의 의견을 반영해 정책(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다만 비정규직 감축 목표치를 비롯한 구체적인 내용은 미정이다. 기초연구를 수행할 기관과 조사 방법도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았다. 한창훈 고용부 기획조정실장은 “전문가, 노사와 협의해나갈 예정”이라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정규직 전환계획’도 실체가 모호하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지침의 형태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비정규직의 범위에는 ‘기간제’만 포함된다. 청소·경비 등 공공기관 용역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될뿐더러 감축 목표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또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결원만큼 정규직 정원이 확대돼야 하는데, 올해 예산에 정원 확대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길게 봐서 비정규직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것이지 당장 올해부터 비정규직을 뽑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전혀 새롭지가 않다”며 “더욱이 정부의 의지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실제로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 등 비정규직을 늘리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으면서 로드맵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줄이겠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룸에서 ①사회맞춤형 인력 양성 및 일학습병행(교육부), ②노동시장 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고용노동부), ③맞춤형 복지 체감도 제고(보건복지부), ④일·가정 양립(여성가족부) 등 2016년 국민행복 분야 합동 업무보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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