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감정평가업계 수장을 뽑는 선거가 예정돼 있다. 15대 협회장 선출 건이다. 협회장은 연임이 가능하다. 매 임기가 2년이므로 최대 4년까지 업계를 이끌 수 있다. 이것도 선거라면 선거다. 선거철, 공약을 보면 업계의 상황을 알 수 있다. 협회장 후보 모두의 공통된 공약이라면, 이를 통해 업계의 민낯을 대할 수 있다. 2016년 감정평가업계의 동향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자격제도의 '존립' 문제는 항상 첫머리에 등장한다. 지난해 통과된 ‘감정평가 3법’의 시행을 8개월 여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후속 입법과정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 문제는 절박하다. 법에서 위임되는 항목 하나하나가 감정평가업계를 출렁이게 할 수 있는 중량감을 갖고 있다. 한국감정원과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3법의 매조지를 외치는 목소리는 그래서 현실적이다. 지난 몇 년 간의 다툼은 절실한, 눈물겨운, 피곤한 행군이었다. 법의 취지에 반하는 예외규정이 슬그머니 등장하지 않을까 업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부적인 갈등 양상은 어떤가. 갈등 수위가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시각은 보편적이다. 업태, 세대, 지역별 이해관계의 대립을 걱정한다. 이는 생존의 문제다. 공영과 상생을 외치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심각한 생계에 대한 걱정이다. 평가업계가 외형적인 성장을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내부는 곪아 있다. 매출 증가폭이 회원 수 증가세에 밀린다. 인당 매출액은 하락 반전한 지 몇 년 됐다. 누군가는 조정과 중재를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합의를 모두가 수용할 수 있어야 내부 갈등은 진정된다.
업무 영역만 충분히 확장된다면 내부 갈등의 진폭은 수그러들 것이다. 6000억원~7000억원 대 시장을 확대할 방안이 있을까. 영역 확장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불합리한 규정만 조금 고쳐도 놀릴 땅이 늘어난다. 최저 수수료가 상향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건 당 실질비용의 1/3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략적인 금액을 검토해 통보하는 '탁상감정'도 비용이 꽤 든다. 최소한 직원 인건비라도 건지려면 의뢰처에 부담되지 않는 수준의 소정의 수수료를 청구할 필요가 있다. 의뢰처를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다. 약 70%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자체감정평가만 근절해도 10~15% 수수료 증가 효과가 발생한다. 비주거용 공시업무가 배정되고, 보상수탁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가 정책제안을 통해 가외 수입이 생긴다면 티끌모아 태산이다.
비로소 법정단체가 되는 감정평가협회의 운영문제도 생각해 볼만하다. 주먹구구식 운영시대는 끝내야 한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투명성이 강화되고 회원과의 소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회원은 주도적으로 법령 개편을 이끄는 강력한 협회를 희망한다. 전문성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각종 index개발, 정책 개발, 연구개발이 왕성히 이뤄지면 내부 역량은 강화된다.
모두가 정치하는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전문직은 전문성을 갖추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되면 충분하다. 성실하고 능력 있는 자에게 그에 맞는 수입이 보장된다면 큰 욕심 낼 사람은 드물다. 혼란한 업계 상황, 모두가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이 때, 정치력과 실행력과 친화력, 활동력을 모두 갖춘 그런 인물이 선물처럼 등장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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