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시장이 주식·외환·채권 등 삼중고로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면서 관련 주식에 투자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이들이 많아 우려가 크다.
최근 H지수의 변동성과 하락폭이 더욱 커진 것은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홍콩 달러페그제 페지 우려로 자본 유출이 심화된 반면 중국 본토 할인율 하락과 경기 부양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콩은 지난 30여년간 달러 페그제를 시행해 왔다. 최근 페그제 폐지 우려가 불거진 것과 관련,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 연구원은 "홍콩이 달러페그제를 폐지할 경우 포기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폐기할 이유가 없다"며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다. 중국이 달러 페그제를 포기하면 통화가치 급락→자본 유출 심화→물가 급등 및 내수 위축→금융시장 리스크 확대를 거쳐 중국 본토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지수는 홍콩거래소에서 거래되지만, 87개 기업이 중국본토와 동시에 상장돼 있다. 주가 밸류에이션은 본토증시를 추종하지만, 할인율은 달러페그제로 인해 미국의 환율을 적용받는 특이한 구조다. 따라서 연초 이후 본토 주식시장의 하락폭이 커진 구간에서 미국 할인율(금리) 상승 우려까지 겹치면 H주의 하락폭은 본토A 주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홍콩 금융시장이 주식·외환·채권 등 삼중고로 불안한 상태를 지속하면서 관련 주식에 투자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AP
향후 관건은 유가와 환율이 될 전망이다. 현재 H지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때의 최저 주가순자산비율(PBR) 보다 낮은 0.81배까지 떨어져 합리적인 밸류에이션을 판단할 범위를 이탈했다는 평가다.
앞으로 H지수의 방향성을 결정할 변수는 유가와 환율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박석중 연구원은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홍콩거래 위안화(CNH)는 안정을 찾았고, 홍콩 달러(HKD) 역시 선물시장에서 방향 전환 조짐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H지수 역시 변동성과 하락세는 정점을 지나고 있어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H지수의 저점은 7300포인트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녹인(손실구간) 물량이 가장 많은 지수대인 7000포인트를 밑돈다면 대규모 H지수 선물매도도 발생할 수 있겠지만, 8000포인트에서 발생한 녹인은 홍콩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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