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생체인증 금융거래…은행간 교차서비스 불가능
금융결제원 주도 호환성 논의 시작…"사전 제도 정비 중요"
2016-01-26 14:35:11 2016-01-26 14:35:44
홍채와 정맥, 지문을 비롯한 생체 정보로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렸으나 기술 호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간에도 생체정보 교차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은행마다 따로따로 등록해야하는 실정이다. 금융결제원 등은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바이오 기술 업체들을 소환해 인증 정보 호환에 관한 논의를 개시하기로 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23개 바이오인증 기술 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같은 정보끼리는 상호 호환이 가능하도록 기술 기준을 맞추는 논의에 들어간다.
 
바이오 인증이 활성화되려면 최소한 같은 종류의 생체 정보 간 교차 이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홍채 인증 업체들은 금융결제원의 호출에 따라 오는 29일 처음으로 호환성 기준 논의를 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은행(000030)은 핀테크업체 아이리스아이디와 업무제휴를 맺고 홍채인식 자동화기기(ATM)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기업은행(024110)도 이리언스와의 협업을 통해 홍채인식 ATM을 선보였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과 금융결제원 주관으로 열린 '금융분야 바이오인증 활성화 전략 세미
나'에서 한 바이오인식업체 관계자가 홍채인식 금융 보안 및 결제 서비스 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
진/뉴시스
 
신한은행은 손바닥 정맥을 이용한 비대면 계좌개설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농협은행은 지문을 이용한 인증방식을 도입했다. KEB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지문을 사용한 인증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임찬혁 금융결제원 핀테크업무 팀장은 "가령 현재는 우리은행에 등록한 홍채 정보는 기업은행에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 당장은 지문끼리도 호환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업체 간 기술표준을 맞추는 과정에서 기술을 수정해야 하는 핀테크 업체도 나오겠지만 호환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적으로 맞추는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결제원은 이를 위해 은행간의 가교 역할을 맡을 계획이다. 금융결제원이 만들고 한국은행이 심의하는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기술표준안' 대로 금융결제원이 생체 정보의 절반을, 은행이 나머지 절반을 보유하면 단 한 번만의 등록으로도 은행 간 교차 이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고객이 A은행에 홍체 정보를 등록하면 분산관리 시스템에 따라 그 등록 템플릿 정보는 은행 관리 시스템과 금융결제원 분산관리 센터에 각각 반반씩 나뉘어 저장된다.
 
이 고객이 B은행에서 현금 인출이나 이체시 홍체 인식을 하게 되더라도 금융결제원에 있는 절반의 등록 템플릿과 상호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두 정보가 서로 유사하면 결제원이 거래를 터주고, 고객은 단 한번의 홍체 등록을 통해 다른 은행에서도 편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 
 
다만 이는 아직까지 이론일 뿐 바이오 인증 업체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절충하는 작업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내 호환성 기준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는 (생체인증) 기술표준이 없기 때문에 각 업체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보유출 같은 큰 사건에 대비하려면 사전에 제도가 정비되야 하는데, 각자 이해관계가 있어 기준을 주도하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인증업체 관계자는 "생체정보 호환과 관련해 아직 이야기된 것은 없는데 얼마전 금융결제원으로부터 관련 사안을 놓고 협의해 보자는 연락이 왔다"며 "분산관리 구축 논의 당시 호환성과 관련한 의견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는 안된다고 하고 그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더니 이제 와서 모이자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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