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증권사 직원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성향이 ‘안정추구형’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 경우 고위험으로 분류된 상품에 대한 투자는 적절하지 않지만,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숨기고 판매했다.
#2. B증권사 직원은 고객에게 ELS 상품을 판매하면서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및 위험성에 대해 설명한 내용을 투자자들이 이해했음을 서명 또는 녹취 등의 방법으로 확인받지 않았다.
지난해 하나금융투자와 교보증권이 불완전판매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았다. 사진/각 증권사
위의 사례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상품의 위험도, 손실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한 전형적인 ‘불완전판매’ 경우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ELS 등 고위험 파생결합증권 판매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적발된 건수는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무소속)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ELS 검사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ELS 불완전 판매를 한 것으로 적발돼 제재를 받은 증권사는 2곳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8월 사이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폭락하자 8월 ‘파생결합증권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적발된 증권사에 대한 제재 수준도 경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교보증권에 대해 기관 과태료 5000만원과 관련 직원 8명에 대해 ‘자율 처리’를, 하나금융투자에는 별도의 기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직원 7명에 대해서만 역시 ‘자율 처리’ 하도록 했다. 자율 처리는 회사가 알아서 직원을 징계하라는 조치다.
신학용 의원은 “금감원의 ELS 불완전 판매 적발과 제재 실적을 보면 시장 감시와 감독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직무유기 또는 봐주기 식 조사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 의원은 “지난해 당시 증권사, 은행 등 금융권이 1% 안팎으로 알려진 판매 수수료 수익을 위해 고객들에게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었다”며 “이번 기회에 금감원이 일반 투자자들이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결합증권 시장의 불완전 판매 여부를 철저히 알아보고 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학용 의원이 금융당국에 대해 증권사들의 ELS 불완전판매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신학용 의원실
전문가들은 불완전판매가 발생해도 고객이 피해를 보상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품판매 과정에서 작성되는 ‘부적합 금융상품 거래 확인서’와 ‘투자 권유 불원 확인서’가 사실상 불완전판매의 면죄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증권사가 사전에 각종 확인서를 받으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법적 방어막을 쌓고 있다”며 “증권사가 법적책임을 회피하는 목적으로 악용하면서 소비자의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이로 인해 고객이 불완전판매로 인해 피해를 입고도 증권사와의 법적공방을 거쳐 보상을 받는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금융당국이 이 부분을 반드시 점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H지수가 급감하면서 녹인(Knock-in, 손실구간 진입)으로 인한 투자자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일 10050.36을 기록했던 H지수는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날 7900대까지 하락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H지수가 급락하고 투자손실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자 지난 21일 합동 브리핑을 개최한 바 있다.
이날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H지수 하락으로 인해 일부 ELS 상품에서 녹인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발행된 H지수 ELS 상품의 90% 이상이 2018년 이후 만기가 도래한다”며 “그 기간 중 H지수가 회복하면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우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H지수가 8000선일 경우 녹인 진입규모를 2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남희 대표는 “H지수 ELS 상품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피해자대책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접수 받고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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