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단말기 구입 시 지급한 보조금에 2900여억원 상당의 세금을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SK텔레콤의 '단말기 보조금'을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는 SK텔레콤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2008년 2기~2010년 2기까지의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회사의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자에게 지원한 보조금 2조9439억6400여만원을 과세표준에 포함시켜 신고했다.
이후 SK텔레콤은 "단말기 구입 보조금이 세법상 '에누리액'에 해당한다"며 세금 2943억9648억원 상당을 돌려달라며 세무서를 상대로 경정을 청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심판청구도 기각되자 이에 불복한 SK텔레콤은 2014년 8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이 이용자에게 지원한 보조금의 성격을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인 '장려금'으로 판단했다. 즉, 세법상 비과세대상인 '에누리액'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이 지원한 단말기 구입 보조금은 SK텔레콤이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관해서는 단말기 공급가액에서 차감되지 않는 장려금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또 "SK텔레콤은 보조금 용도를 단말기의 대금 결제로 제한하고 서비스 이용자에게 이에 상응하는 할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면서 "보조금이 단말기 구입 비용의 일부로서 지급되는 것을 여러 약정 조항에서도 명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가가치세법은 ▲이동통신서비스의 공급거래와 관련이 있고 ▲이동통신서비스의 품질·수량 및 인도·공급대가의 결제 기타 공급조건에 따라 보조금이 정해지며 ▲이동통신서비스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는 금액일 경우 '에누리액'으로 인정해 과세표준에서 제외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SK네트워크가 단말기 제조업체로부터 구입해 대리점에 판매하고 대리점이 다시 이용자에게 판매한다. 당시 단말기 구입 보조금은 2가지 방식으로 나눠 지원됐다.
우선 T기본약정형(2008년 6월부터)은 서비스 이용자가 단말기를 일시에 구입할 경우 보조금도 일시에 지급하는 것이다. T약정할부지원형(2008년 8월부터)은 대리점이 고객에게 단말기를 할부로 판매할 경우 SK텔레콤 또는 카드사가 대리점으로부터 할부채권을 넘겨받아 이용료 청구 시 일정액을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의 단말기 보조금을 장려금을 본 것에 대해 T기본약정형은 이용자가 보조금 상당액을 뺀 나머지 가액을 대리점에 단말기 대금으로 지급해 단말기를 공급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T약정할부지원형도 SK텔레콤이나 카드회사가 추심하는 단말기할부금에서 보조금이 공제되는 방식으로 총 요금의 청구가 이뤄진 사실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한편, SK텔레콤과 비슷한 취지로 소송을 낸 KT는 최근 대법원에서 '단말기 보조금'을 '에누리액'으 로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4일 KT가 "단말기 보조금에 부과된 부가가치세를 환급해달라"며 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판결한 것이다.
KT가 제조사로부터 직접 단말기를 사와서 대리점에 공급했다는 점이 이동통신서비스만 공급한 SK텔 레콤과 다르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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