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이 한 자리 수로 낮아지는 등 성장이 정체되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중 가장 큰 규모인 미국과 중국의 경우 보급률이 2014년 50%를 넘어섰으며, 2015년에는 60%를 넘어섰다. 통상 보급률 50%를 넘어섰을 경우를 시장 성숙기로 본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스마트폰 시장 또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 따르면 2015년 전년 대비 13% 성장한 스마트폰 시장은 2016년에는 7%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액센추어(Accenture)의 디지털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향후 12개월 이내에 스마트폰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중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성숙기 스마트폰 3대 사업모델이 흔들린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 산업을 둘러싼 기존의 3대 사업모델도 흔들리고 있다. 3대 사업모델은 스마트폰의 생산·판매·활용을 위한 ▲제조 사업모델 ▲보조금 모델 ▲광고 사업모델을 말한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새로운 기술을 열성적으로 수용하는 '전기 소비자' 단계를 지나 실용적 가치를 면밀하게 따지는 '후기 소비자' 단계에 접어들면서 신규 수요가 주춤하게 됐다"며 "이와 동시에 프로세서,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스마트폰의 주요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과거와 같은 교체 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서 성장률 하락, 구입 의향 감소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샤오미가 출시한 스마트폰 Mi4는 가격이 싸고 성능이 좋은 제품으로 병가받고 있다.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멈춘 스마트폰 기술 혁신, 제조사들은 가성비 기기에 집중
스마트폰 산업은 '제조 사업모델', '보조금 모델', '광고 사업모델'을 기반으로 발전해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의 주요 가치사슬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우, 단말기를 기획, 개발, 생산,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하드웨어 제조 사업모델'이 일반적이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가입자가 지불하는 이동통신 사용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는 개별 전문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고, 각 업체는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광고주로부터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오픈 시그널(Open Signal)에 따르면, 전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 수는 2012년 약 500여개에서 2015년 1300여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시장의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스마트폰의 완성도가 상향 평준화되다보니, 이를 뛰어넘는 사용자들이 만족할 만한 혁신적인 기술을 찾아보기도 쉽지 않게 됐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혁신적인 기술이 들어간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보다는 부가가치를 낮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배은준 연구원은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은 단말기 사업모델 변화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라며 "전통적인 단말기 판매 방식인 이동통신 사업자의 '보조금 모델', 무료 어플리케이션, 콘텐츠, 서비스를 가능케 했던 '광고 사업모델'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의 사업모델을 변화, 확장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업과는 다른 사업 방식을 통해 성공한 기업으로는 샤오미(Xiaomi)를 꼽을 수 있다. 샤오미는 의미 있는 '가성비'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했다. 또 샤오미를 표방하는 기업들도 여럿 생겨났다. 화웨이는 샤오미를 벤치마킹한 '아너(Honor)'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시장 1위, 글로벌 시장 3위, 연간 판매 수량 1억대 돌파라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단말기 보조금, 광고 모델 붕괴 조짐…"신성장 동력 확보 필요"
또 단말기 보조금 모델에도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 가장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의 만년 꼴지 이동통신사인 T-Mobile이 보조금이라는 뿌리 깊은 사업모델을 흔들어놓은 것이다. T-Mobile이 내놓은 'Simple Choice' 요금제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기본적인 사업모델이라고 여겨지던 약정 기간을 없앴다. 약정의 대가로 지불되는 단말기 보조금도 폐지했다. 또 매월 10달러를 추가로 납부하면 12개월 이후 다른 스마트폰으로 바꿀 수 있는 'JUMP!'라는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T-Mobile은 불과 2년만에 전체 가입자 수 기준 3위로 한 단계 올라섰고, 순증 가입자 수 기준으로는 1위로 도약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울러 무료 애플리케이션·콘텐츠·서비스를 위한 광고 사업모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광고를 차단하는 'Ad Block'이 모바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새롭게 발표한 iOS9에서 Ad-block 소프트웨어 설치를 허용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의 모바일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수 있는 Ad-block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선 인터넷보다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들이 데이터 트래픽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Ad-block은 모바일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업계는 광고 모델이 Ad-block의 위험을 극복하고 모바일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 요구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광고가 유발하는 숨은 비용 이슈와 보안 및 프라이버시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광고 사업모델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은준 연구위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완연한 성숙기에 접어든 지금이 모바일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출현할 시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면서 "다양한 하드웨어가 사용자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이를 토대로 콘텐츠, 서비스, 광고가 연결되는 사업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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