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들이 총선을 앞두고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더불어민주당 입당은 현 정권에 뼈아픈 일이다. 조 전 비서관은 박근혜 정권을 뒤흔들었던 ‘정윤회 문건’ 파문의 핵심 인물로,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며 대통령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했다. 현 정권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여당이 조 전 비서관을 연일 비난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그가 위협적이라는 방증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의리를 팔아먹고 대통령 임기 중에 (야당으로) 간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도의를 져버린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박민식 의원은 “더민주가 무엇인가 폭로하는 용도로 데려갔다”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누구 못지않게 정부·여당에 위협적인 존재다. 김 위원장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이슈화해 새누리당의 승리에 기여했다. 이 때문에 그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후퇴에 대해 누구보다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도 대기업 중심의 편향된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투자가 저조할 때마다 정책 당국은 경제환경 개선을 위해 세금도 인하하고 각종 제도도 기업들에 좋게 해왔지만 경제성장에 좋은 효과는 보이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환경을 바꿔야지 종래와 같은 대기업 위주의 환경 변화를 한다고 성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김 위원장에 이어 조 전 비서관까지 영입하면서 ‘정권심판론’으로 총선 구도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대선에서도 여권 핵심 인물들에 대한 공격수이자, 여권의 공격을 방어하는 수비수로서 이들이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국민의당 합류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정치쇄신특별위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현재 국민의당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나 공천심사위원장에 거론된다. 그는 국민의당이 중도보수쪽으로 외연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여권의 지지층을 공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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