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한화의 3세 경영 윤곽이 드러났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전무를 필두로 동원·동선 3형제가 각각 태양광과 핀테크, 면세점 등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부문들을 맡으며 검증대에 섰다.
한화는 설을 앞둔 지난 4일 핀테크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디안롱사와 조인트 벤처 설립 본계약을 체결하고, 5 대 5 지분 투자를 통해 2월 중 싱가포르에 법인을 신설할 예정이다. 신설법인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대출 마켓 플레이스 사업을 펼치게 된다. 국내에는 3월 중 자회사를 설립하고 이르면 8~9월 중에 사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앞서 김 부실장은 지난해 4월 미국 렌딧 컨퍼런스에서 소울 타이트 디안롱 대표를 만나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온 끝에 이번 계약을 끌어냈다. 특히 이번 핀테크 사업은 그룹 내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생명으로 사업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김 부실장의 역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화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통해 핀테크 관련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화생명 사업에서도 핀테크가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한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은 면세점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7월 한화가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이후에는 면세점 테스크포스(TF)에 이름을 올렸으며, 같은 해 12월 서울 여의도 63빌딩 갤러리아면세점 프리오픈 기자간담회에서는 TF팀의 일원이자, 홍보모델로 무대에 섰다.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른 독특한 이력이 무기가 됐다.
한화그룹 안팎에서는 앞선 두 형의 선례를 들어 김 과장이 향후 면세점 사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차남인 김동원 부실장과 막내 김동선 과장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입사한 지도 얼마 안 돼 큰 형인 김동관 전무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다"며 "경영수업 과정에서 경험이 쌓이고 성과가 축적되면 관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맏형인 김동관 전무는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주력으로 끌어올리며 시야와 끈기 등에서 이미 높은 점수를 확보한 상황이다. 다른 그룹들이 업황을 이유로 태양광에서 발을 뺐지만 그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김 전무는 2010년 1월 (주)한화에 입사,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거치며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2010년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석,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7년 연속 다보스를 찾으며 글로벌 인맥을 쌓았다. 한화큐셀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억1600만달러(한화 약 1400억원)로 예상된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오른쪽)와 김동원 한화생명 부실장(왼쪽)이 중국 텐진시 짜오하이샨 부시장을 만나고 있다.사진/한화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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