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개선만 반복되던 스마트폰 시장에 '혁신'을 들고왔다."(LG전자)
"갤럭시 개발의 최대 미션은 '전작의 성취를 극복하라'(solve achieves)였다."(삼성전자)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불꽃 튀는 신경전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격전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양사 모두 휴대폰 부문의 수익이 쪼그라든 상황이라 절박감마저 묻어났다. LG전자는 'G'라는 이름만 제외하고는 전작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굳은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혁신’의 정도는 무뎌졌지만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고 ‘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변화무쌍 G5…디카·캠코더·오디오로 변신
G5는 '트랜스포머'를 연상케했다. G5만 있으면 9개의 전자제품을 구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상 처음으로 적용한 ‘모듈 방식’ 때문이다. 스마트폰 아래쪽에 있는 기본 모듈(배터리 기능)을 서랍처럼 당겨 분리할 수 있다. 이 자리에 카메라 모듈, 오디오 모듈 등을 결합하면 다른 디지털 기기로 전환한다.
LG전자는 G5의 무한확장을 위해 다양한 부가기능과 재미를 주는 주변기기를 같이 내놨다.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가상현실(VR) 기기, 드론, 오디오, CCTV 등이다. LG전자는 이를 G5의 '친구들(friends)'로 표현했다. 그중 하나인 'LG캠플러스'는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디지털카메라처럼 쥐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전원·셔터 등 버튼이 따로 달려 있다. 또 세계적인 오디오업체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만든 ‘LG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은 32비트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한다.
조준호 사장이 무대에서 직접 G5의 하단을 분리해 모듈을 바꿔 끼우는 과정을 시연하자 객석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조 사장은 “주머니 속의 테마파크와 같은 제품"이라며 "스마트폰 화면 안에 갇혀 있었던 본질적인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사람들은 액션카메라, 드론 등에 관심을 보이지만 이것이 스마트폰 시대가 끝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시장에서는 G5의 기능만큼이나 가격을 관건으로 꼽았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LG가 스마트폰 부문의 반등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며 “가격과 마케팅전략이 G5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주변기기들이 휴대폰을 쓰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니고, VR 기기 등을 따로 사야 하는 만큼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느냐가 구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G전자 G5와 프랜즈(Friends). 사진/LG전자
갤럭시S7, 혁신보다 '완성도'에 집중
삼성전자는 전작인 갤럭시S6에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면 갤럭시S7는 '안정'을 택했다. 갤럭시S6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의 ‘프로젝트 제로'를 통해 만들어진 만큼 갤럭시S7은 전작의 틀을 유지하며 단점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완성도에 방점을 찍었다. 또 잦은 변화는 소비자를 지치게 할 수 있다는 시장의 반응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7와 갤럭시S7 엣지 모두 전작처럼 메탈과 글래스로 된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했다. 특히 갤럭시S7엣지는 앞면과 뒷면 모두 커브드 글래스(휘어진 유리) 소재를 적용해 곡선미가 더 두드러졌다. 5.5인치 대화면임에도 테두리(베젤)는 더 얇아졌고 디자인은 보다 간결해졌다.
갤럭시S7과 S7 엣지는 최고급 DSLR에 사용되는 최신기술인 듀얼 픽셀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빠르게 촬영이 가능하다. 또 전작인 갤럭시S6와 S6 엣지보다 배터리 용량을 각각 18%, 38% 늘렸다. 갤럭시S6에서 제외됐던 방진·방수 기능도 부활했다. 갤럭시S5보다 한단계 높아진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이 들어가 먼지와 물의 유입으로부터 보호해준다. USB 단자나 이어폰잭 등 개별 부품을 포함한 스마트폰 전체 구조에 방수기능을 탑재한 것도 눈에 띈다.
오히려 삼성은 스마트폰 스펙에 집착하는 것을 떠나 갤럭시 생태계 확장에 주목했다. ‘한계를 넘어서‘라는 이번 언팩 행사의 주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한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스마트폰 이상의 것을 넘는다는 말도 내포돼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S7·엣지 언팩 행사장.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넘어 'VR' 전쟁…관건은 '콘텐츠'
삼성과 LG, 양사 언팩의 초점은 ‘스마트폰’이었지만 이를 확장시켜줄 가상현실(VR)도 무대에 올라 경쟁태세를 갖췄다. 삼성전자는 행사장 좌석 5000석에 한 자리도 빠짐없이 '기어VR'을 비치하고, 중요한 대목마다 참석자들에게 기기를 착용하게 했다. 특히 갤럭시S7의 디자인 소개는 기어VR을 통해 이뤄졌다.
LG전자도 G5와 유선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용 VR 기기를 선보였다. 960x720 해상도의 1.88인치 광시야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스마트폰을 VR 기기에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게가 118g으로 가벼워 호평을 받았다. 'LG 360 캠(LG 360 CAM)'은 주변 360도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로 가상현실용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고 구글 스트리트뷰와 유튜브 360에 공유할 수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VR 경쟁의 주도권은 제품을 넘어 콘텐츠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사 언팩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기기라도 사용자가 이를 이용해 즐길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정부와 업계 모두 VR 활성화를 위해 게임 등 VR과 연계하기 좋은 콘텐츠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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