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3일 테러방지법과 관련해 무제한 토론에 들어간 가운데 첫 주자인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후 7시 6분부터 자정 현재 발언을 계속 하고 있다. 1973년 폐지됐다가 2012년 국회선진화법에서 부활한 필리버스터가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동된 것이다.
김 의원은 먼저 "이 논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테러방지법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며 "이 시간 토론하는 것은 직권상정된 이 법이 이 시기에 꼭 필요한 것인지, 이 법이 있지 않으면 대한민국 테러를 막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있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한 사례를 보면 10월 유식의 서막과 종말을 알린 1972년 12월과 1979년 10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등 3차례"라며 "지금이 통상적 방법으로 공공의 안녕과 입법활동이 불가능한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언제나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오던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부의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과 불통이 급기야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말을 이어가며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발언 도중 '국가대테러활동 지침'을 한 구절식 읽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야당에서는 당초 4명이 토론을 신청했지만 이후 3명이 더 늘어 총 7명이 토론을 신청했다.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24일 오전 9시까지 상임위별로 본회의장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새누리당도 당초 5명의 토론자를 세우려고 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동참하지 않겠다"며 신청을 취소하기도 했다. 몇몇 자리를 지키던 새누리당 의원은 저녁 9시쯤 모두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새누리당은 8시 40분쯤 본회의장 밖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규탄하는 대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은 절대 다수의 국민이 느끼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라는 의사진행방해 절차를 악용해 법안을 발목 잡고 있다.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는 야당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후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저녁 10시 30분에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은 정략적인 이유로 국민안전을 정쟁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국가 안위와 국민 안전을 도모해야 할 국회가 테러를 방치하도록 필리버스터를 악용하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고 헌정사상 있을 수 없는, 규탄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필리버스터란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장시간 연설·신상발언·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을 통해 의사 진행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새누리당 의원들이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야당의 의사진행 방해 규탄 성명을 발표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왼쪽)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오른쪽)은 이날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국회선진화법 이후 첫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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