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은경기자] 서울 아현동에 사는 주부 김승애(45)씨는 요즘 장보기가 두렵다. 두부, 야채, 고기 등 식탁에 오르는 식품의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5만원 정도되던 물건을 집어서 계산하면 이제 7만~8만원 정도 계산이 나온다"며 "이전에는 재미로도 마트에 오곤 했는데 요즘은 물가가 무서워서 장보는 횟수도 줄였다"고 말했다.
추석을 3주 앞두고 제사상에 올라갈 성수품들의 가격도 심상치 않다.
실제 서울지역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성수품의 가격을 보면 조기 한마리에 지난해 5000원 하던 것이 8140원으로 63% 나 올랐다.
달걀은 지난해 4500원 하던 것이 5090원으로 13% 올랐고, 닭고기 1kg에 3500원 하던 것이 4070원으로 16%나 뛰었다. 제사상에 빠질 수 없는 청주도 20% 가까이 올랐다.
◇ 추석 다가올수록 가격 오를 것..서민 불안
롯데마트의 관계자는 "앞으로 추석이 다가오면 지금보다 고기, 건어물 등의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올라갈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파는 1년전보다 무려 67.7%가 올랐고, 우유는 20.7% , 설탕 16.6%, 식용유 14.8%, 배추는 12.6%가 각각 올랐다.
전체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2%대 상승해 안정세를 보인 것 같지만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훨씬 많이 오른 것이다.
지난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반기 엥겔계수는 12.5%로 지난 2001년 12.7%를 기록한 후 8년만에 최대치다. 상반기 가계의 소비지출액 중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품이 33조7194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9.1%나 늘어난 것이다.
앵겔계수는 가계의 소비지출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데, 이 계수가 높으면 식료품비의 지출이 다른 소비품목에 비해 높았다는 말이다.
실제 올 상반기 가격요소를 제거한 식료품 · 비주류 음료품의 지출의 소비는 지난해에 비해 0.9% 줄었는데, 이 부분의 지출이 9.1% 늘었다는 것은 결국 서민들의 생필품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들썩거리는 물가에 불안한 나머지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10일 농식품부, 지경부, 관세청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지난해보다 3주나 빨리 추석물가 관리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쌀, 무, 배추,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밤, 대추, 명태, 고등어, 갈치, 조기, 오징어 등 농축수산물 16개 품목과 이용료, 미용료, 목욕료, 삼겹살, 돼지갈비 등 5개 개인서비스 품목을 집중관리키로 했다.
◇ 비축물량 공급·직거래장터 확대
또 16개의 농축수산물에 대해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물량을 대폭 확대해 계약재배물량과 비축물량 등을 평상시보다 최대 3.6배까지 공급하고, 대도시 직거래장터, 농·수·축협계통 판매장 등 직거래장터 2379곳에서 추석성수품을 시중가격보다10~40% 저렴하게 판매토록 했다.
이밖에 내년부터 빵, 우유 등 주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가격비교 정보를 제공하고 2011년부터는 품목을 확대해 공개하며, 전기료·열차료·도시가스·상수도·도료통행료·우편료 등 6개의 공공요금에 대해서도 가격을 공개하기로 하는 등 장기적인 물가 안정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강준구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명절효과'로 수요가 많아지면 물가가 불안정한 것은 언제나 있는 현상"이라며 "정부가 식품 등의 수급관리를 통해 미시적으로나마 가격 상승을 차단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강 연구원은 또 "우리나라 물가는 환율과 석유값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데 하반기에 석유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유가의 상승폭이 높지 않으면 물가 상승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이은경 기자 onew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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