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ELS 사태가 주는 투자성 금융상품 판매의 문제점
2016-03-02 06:00:00 2016-03-02 06:00:00
최근 홍콩H지수 하락에 따른 지수 기준으로 ELS 투자자의 피해는 5조원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공학으로 설계되어 복잡하고 융합화된 ELS 등의 금융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판매직원과 투자자에게 무차별적으로 거래되는 현 구조를 방치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 피해원인 및 문제를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본질을 파악할 능력조차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모든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 책임으로만 돌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홍콩H지수 관련 ELS 사태는 과거의 펀드사태, 키코사태,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 등과 다를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이 시점에서 실질적인 조치나 과거의 교훈에서 축적된 노하우도 없이 소비자 보호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직도 시간이 있다는 식의 모면전술로 면피하려는 상투적인 행태만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소비자가 ELS와 같은 투자상품을 가입하는 경우, 고객의 투자등급이 나오면 해당 등급과 동일하거나 낮은 투자등급의 상품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방법으로 금융사는 얼마든지 위험상품을 권유할 수 있어 판매시 고객의 투자등급보다 높은 투자상품을 판매해도 법적인 책임을 면하고 있다.
 
대규모 금융피해 사태가 금융상품만 바꿔가며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환경이 피해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금융사 위주로 유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얼마 전까지는 이자는 많이 준다고 사기적 판매를 하더니, 최근에는 ELS와 같은 위험한 상품을 위험하지 않다거나 위험하지 않은 것처럼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팔지 않는 상품을 전 국민의 재테크 상품으로 유혹하는 사기판 시장의 방치도 모자라 ‘광풍’ 현상을 조성시켜 전 국민의 피해 상품으로 만드는 시장구조가 자리 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ISA통장 유치 광풍도 필연적으로 또 다른 소비자 피해를 양산시키게 될 것이다.
 
금융사들은 소비자와 문제가 생기면 법을 들이대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응만 일삼고 있다. 고객에게 적합하지 않은 상품을 권유하고 판매해도, 설명을 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되거나 책임이 없기 때문에 선관의무나 기본적 윤리의식이 부족한 자본시장이 된 것이다.
 
특히 증권업계는 1990년대 초부터 증권투자손실에 대한 고객 불만이 많이 존재해 오면서 대내적으로 법률적인 보호막을 많이 만들어 소비자가 피해구제를 받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도 한 몫을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투자상품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고객중심이 아닌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를 위한 면피성 제도나 근본적인 원인은 개혁하지 않고 모든 책임은 고객에게 있다고 큰 소리 치고 있는 현실을 근본적으로 틀을 뜯어 고치지 않는 한 이번 사태처럼 소비자의 미래와 희망을 뺏어가는 사기의 반복만이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ELS사태나 ISA의 무차별 판매 마케팅은 국내 자본시장이 불판(불완전 판매), 사기판 판매구조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증권사 등의 ELS제조•판매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투자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판매나 상품제조 자체를 제한하고 투자상품의 가입철회제도 도입이나 가입 관련 모든 거래녹취 및 고객투자성향제도의 전면 개선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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